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하지 못하고 재논의키로 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위한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기금위는 29일 오전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심의했으나 위원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음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가이드라인은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도입한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의 후속조치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시 대상과 절차, 내용을 규정했다. 횡령·배임·부당지원·경영진 사익편취 등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시 기업과 충분한 대화를 하되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 기업엔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제안을 행사하는 게 골자다. 이때 적극적 주주활동 여부는 개선 판단 기준을 정하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등 검토를 거쳐 기금위가 심의ㆍ의결해 결정하도록 하는 등 세부절차가 마련됐고, 장기수익과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주주제안 내용 등을 지침 형태로 규정했다.
그러나 기금위의 사용자 대표 위원들이 경영권 침해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기업 선정기준이 모호하고 주주권 행사에 따른 예상 밖의 우려사항도 규정에 적시해야 한다는 등의 지적이다. 지난 13일 열린 사전공청회에서도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의 명칭을 바꾸고 및 제정 의의 등을 보완했지만 결국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진 못했다.
기금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이드라인은 큰 틀에서 자본시장법과 상법이 부여하는 권한 내에 주주권을 행사한다는 취지로 기업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경영참여 주주권 활동에 대한 의도를 알리고 불안감을 줄이도록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 재논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금위에 함께 상정된 ‘위탁운용사 의결권행사 위임 가이드라인’, ‘위탁운용사 선정ㆍ평가 시 가점부여 방안’ 및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방안’은 의결됐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투자자산 선택ㆍ운용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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