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다리를 가졌던 고대 뱀 ‘나자시 리오네그리나(Najash rionegrina)’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제공

뱀은 다리가 없다. 쓸데없이 붙이는 말을 ‘사족(蛇足)’이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족은 ‘뱀의 다리’란 뜻의 한자어다. 그러나 뱀이 원래부터 다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뱀은 1억년 전까지만 해도 다리를 갖고 있었다. 또 주로 더운 지역에서 사는 하이에나가 500만년 전에는 극지와 가까운 캐나다 북부에도 살았다는 연구도 나왔다. 지금까지 몰랐던 동물의 ‘과거’가 속속 밝혀지고 있어 흥미롭다.

캐나다 앨버타대와 호주 플린더스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2013년 아르헨티나 리오네그로주(州)에서 발견된 고대 뱀인 ‘나자시 리오네그리나(Najash rionegrina)’ 화석을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분석했다. 지난달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된 해당 논문은 뱀의 진화가 이제껏 제기됐던 학설과 다른 방향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이전까지 학계에선 스콜레코피디안이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뱀으로 여겨졌다. 지렁이와 비슷하게 생긴 스콜레코피디안은 몸길이가 약 10~100㎝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는 습성을 지녔다. 외관상 눈과 코, 입이 없어 보인다. 작은 입을 가진 고대의 뱀이 점차 진화하면서 큰 먹잇감도 삼킬 수 있도록 입을 키웠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자시 리오네그리나를 CT 분석한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나자시의 입에는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줄지어 있었다. 관골(觀骨) 또는 협골(頰骨)이라 불리는 광대뼈도 있었던 걸로 나타났다. 눈 뒤에 있는 막대 모양의 해당 뼈는 고대 뱀이 큰 입을 가졌다는 걸 뜻한다. 유연한 턱을 가져 작은 입으로도 큰 먹잇감을 먹을 수 있는 현대의 뱀에게는 이 뼈가 없다. 연구진은 “오늘날 뱀의 특징은 큰 먹이를 삼킬 수 있는 유연한 두개골인데, 지금까진 상대적으로 경직된 도마뱀의 두개골에서 유연한 뱀 두개골로 진화하는 과정에 대한 세부 정보가 누락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자시 리오네그리나의 두개골은 고대의 뱀이 코모도왕도마뱀처럼 몸집이 큰 도마뱀과 매우 유사했다는 걸 알려준다”며 “이는 뱀의 조상이 입과 몸집이 매우 작은 형태였을 거란 기존 생각을 뒤집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뱀이 처음부터 미끄러지듯 기어 다니는 형태도 아니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관골ㆍ협골처럼 뱀의 다리도 제 기능을 하다가 약 1억년 전에 사라졌다. 이들은 뱀의 앞다리가 1억7,000만년 전에, 뒷다리는 그보다 7,000만년 뒤인 1억년 전에 모습을 감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뱀의 진화 과정에서 다리가 일시적으로 존재했다는 게 아니란 의미”라고 말했다. 도마뱀처럼 네 발로 다니는 뱀의 화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뱀이 현재의 이동 방식을 택하기 전까지 다리가 제대로 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500만년 전만 해도 추운 지방인 캐나다 북부에서 ‘초원의 청소부’ 하이에나를 볼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 연구진이 지난 6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대 하이에나는 북미 지역에서 500만년 전 서식했으며, 인류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인 약 50만~100만년 전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1970년대 캐나다 북부 유콘강 지역에서 발굴된 두 개의 이빨 화석을 분석한 결과다.

해당 화석은 85만~140만년 전 ‘카스마포르테테스(Chasmaporthetes)’의 것으로 확인됐다. 카스마포르테테스는 다리가 길어서 ‘달리는 하이에나’로 불리는 동물로, 미국 남부와 멕시코 등에선 발견된 적이 있지만, 북극 한계선 근처에서까지 서식했단 사실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인류가 이동한 방식처럼 하이에나도 바닷물 수위가 낮아졌을 때 빙하시대 아시아와 북미를 육로로 연결한 베링 육교를 통해 아시아에서 북미로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하이에나는 4종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카스마포르테테스를 포함해 한때 지구에 살던 하이에나는 총 70여종에 달했다.

북미 지역에서 카스마포르테테스가 어떻게 멸종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당시 북미 지역에 살던 맹수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몸집이 컸던 거대 곰 ‘악토두스 시무스(Arctodus simusㆍ몸 길이 약 3m)’와 먹이 경쟁에서 밀리면서 멸종의 길을 걸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카스마포르테테스는 광활한 툰드라 평원에서 순록과 말을 사냥하고, 매머드 사체를 먹어 치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