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면 레드와인이 더 맛있어진다. 품종과 지역, 연도별로 천차만별이어서 와인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바디감’을 기준으로 고르는 것도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여름에는 마시지 말자는 말은 아니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 레드와인이 더 맛있는 법이다. 그런데 15~20년 동안 와인을 마셔도 막상 마트 등에 사러 가면 간단히 한 병 집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품종에 지역에 연도, 그리고 가격까지 온갖 정보가 얽혀 선택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한 요인을 기준 삼아 집중해 구매하는 게 좋은데, 이번에는 와인을 ‘바디’로 분류해보았다. 첨언하자면 와인의 언어도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데 바디가 대표적이다. 입에 머금었을 때 와인의 가벼움과 무거움, 얇고 두툼함을 구분하는 용어인데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바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쨌든 바디에 따라 분류된 레드와인 가운데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만 골라 특성을 살펴보았다. 

연어 데리야키를 먹을 때는 가볍고 산뜻한 레드와인인 가메이가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라이트 바디 와인 

1) 가메이

‘보졸레 누보’의 품종이 바로 가메이이다. 하지만 누보는 이제 잊고 일반 보졸레 와인을 마셔 보자. 보졸레는 열 곳의 소지역으로 나뉘고 각각의 이름을 붙여 와인을 출시하는데, 국내에는 물랭아방(Moulin a Vent)이나 모르공(Morgon) 지역의 제품을 주로 찾아볼 수 있다. 그 아래 단계로는 ‘보졸레 빌라주’가 있다. 원래 가메이는 더 낮은 가격대에서 비슷한 맛을 내준다고 하여 ‘가난한 이의 피노 누아’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가격 차이가 반영되지 않을뿐더러 수입이 많이 되지도 않아 원래 존재의 의미인 ‘데일리 와인’으로 마시기는 쉽지 않다.

-도수: 10~11.5%, 마시는 온도: 12~15℃

-음식과 짝 맞추기: 탄닌이 거의 없고 도수도 낮아 음식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다. 데리야키 소스를 발라 구운 연어나 장어 구이와도 잘 어울린다

오리고기와 버섯 요리를 즐길 때는 체리, 라즈베리 등의 감칠맛과 신맛이 두드러지는 피노 누아를 곁들이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2) 피노 누아

피노 누아는 예민하다. 병충해에도 약하고 수확량도 적다. 따라서 재배에 품도 많이 들뿐더러 좋은 와인을 만들기도 어렵다. 결국 다른 품종에 비해 진입 가격대도 높고 돈을 웬만큼 써줘야 만족할 만한 걸 마실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싼 와인 가운데 하나인 로마네 콩티를 바로 피노 누아로 만든다. 단맛이 적고 탄닌도 적으니 떫게 느껴지지 않는 가운데 체리, 라즈베리, 버섯의 감칠맛 등을 풍긴다. 신맛은 두드러지는 편이다. 프랑스 중부 부르고뉴 지방과 미국 북동부의 오리건주의 대표 품종이다.

-도수: 11.5~13.5%, 마시는 온도: 12~15℃

-음식과 짝 맞추기: 아무래도 육류라면 닭, 오리, 돼지고기와 잘 어울린다. 버섯도 좋은 짝이다.

토마토 소스 요리에는 단맛은 적고, 신맛이 두드러지는 미디엄 바디 와인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미디엄 바디 와인 

1) 산지오베제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 남부 투스카니 지방의 대표 품종이다. 국내에서는 키안티(Chiant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의 지역 이름이 붙은 와인으로 맛볼 수 있다. 산지오베제를 70~100% 써서 만든다. 단맛이 거의 없고 탄닌과 신맛은 중간을 웃도는 가운데 구운 토마토나 오레가노, 커피 등의 향을 낸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구운 토마토의 맛과 향이 난다면 그릴에 구운 불맛 나는 식재료와 토마토 소스의 조합에 특히 잘 어울린다. 

세 가지 포도를 섞어 만든 론은 양고기 등 향이 강한 요리와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2) 론, GSM 블렌드

프랑스 남부 론(Côtes du Rhône) 지역에서는 그르나슈, 쉬라, 무르베드르의 세 가지 포도를 섞어 와인을 만드니 앞 글자를 따서 ‘GSM 블렌드’라 일컫는다. 언제나 세 품종만 쓰는 건 아니라서, 론 지역의 대표 와인인 ‘샤토네프 뒤 파프(Châteauneuf-du-Pape, ‘교황의 새 성’이라는 뜻으로 줄여 ‘CdP’라 일컫는다)’는 최대 19종까지 블렌딩한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GSM의 세 종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나머지 품종이 양념 역할을 맡는다. 라즈베리나 블랙베리 같은 과일이 두드러지는 G, 즉 그르나슈가 분위기를 잡고 어둡고 알싸한 쉬라와 무르베드르가 균형을 잡는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2~15℃

-음식과 짝 맞추기: 바질, 흑후추, 정향, 코리앤더 등의 지중해풍 허브 및 향신료, 양고기

3) 바르베라

이탈리아의 대표 와인 가운데 하나인 바롤로와 더불어 북서부 피에몬테 지방의 품종으로 좀 더 대중적이다. 신맛 두드러지는 체리, 블랙베리, 감초, 후추, 말린 허브의 맛과 향을 품는다. 단맛은 거의 없고 탄닌이 적다. 신맛이 굉장히 두드러진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토마토 소스 파스타, 피자

4) 메를로

메를로는 프랑스에서는 조연, 미국에서는 주연이다. 전자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페트루스(Château Pétrus, 메를로 100%)를 제외한다면 보르도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등, 다른 품종의 뒤를 받쳐주는 역할로 쓰이는 반면 후자에서는 특히 워싱턴주에서 단일 품종 와인으로 잘 나간다. 희대의 와인 영화였던 ‘사이드웨이(2004)’에서 주인공이자 와인 애호가인 마일스가 발작에 가깝게 싫어해 판매량이 2% 떨어지기도 했다. 메를로는 단맛이 거의 없고 탄닌도 많지만 블렌딩의 단짝인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좀 더 부들부들해서 부담이 적다. 자두, 초콜릿, 바닐라의 맛과 향을 품는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갈비찜, 블루치즈, 굽거나 조린 닭

치즈버거를 먹을 때 의외로 진판델을 곁들이면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5) 진판델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대표 생산지인 진판델은 레드와인 가운데서도 특히 과일의 맛과 향을 압도적으로 낸다. 도수도 15%이상으로 높아 너무 밀어 붙이는 것 아닐까 느낄 수도 있지만 한편 그 맛에 찾게 된다. 복숭아잼, 계피, 담뱃잎 등의 맛과 향이 있는데, 워낙 인상이 강하니 되려 음식에서는 향신료를 좀 덜어주는 게 좋다. 

-도수: 15% 이상,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치즈버거, 양고기 조림, 바비큐 등

6) 템프라니요

스페인의 대표 와인 생산 지역인 리오하(Rioja)의 핵심 품종이 템프라니요이다. 리오하 지역에서는 오크통과 병에서 숙성시킨 최소 기간을 바탕으로 와인을 분류한다. 크리안자(오크통 12개월), 리제르바(오크통 24개월, 병입 12개월), 그랑 리제르바 (오크통 24개월, 병 36개월)의 세 등급이 있다. 이런 숙성 시간에 비해 가격대는 높은 편이 아니라 소위 가성비 좋은 와인으로 꼽히며 와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가 시도해보기에도 좋다. 말린 무화과, 삼나무의 맛과 향을 품는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스테이크, 양갈비 등

만두와 비슷한 라비올리는 탄닌이 풍부하고 특유의 향이 나는 네비올로와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7) 네비올로

앞서 언급한 이탈리아 대표 와인인 바롤로(Barolo)의 원료 품종이다. 네비올로라는 이름은 ‘안개’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네비아(Nebbia)에서 가지를 쳤다. 피에몬테에서도 대표 재배 지역인 랑게(Langhe)에서 수확 기간인 시월 하순, 포도밭에 짙은 안개가 깔리기 때문이다. 바롤로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리는 와인으로, 전통적으로 산도가 높고 탄닌이 풍부해서 10~30년에 이르는 숙성이 필요하다. 병입 후 몇 년 내에 마시면 참맛을 못 느낀다는 의미인데, 다만 요즘 좀 더 현대적으로 접근하는 바롤로는 덜 무거워 좀 더 빨리 맛봐도 무리가 없다. 특유의 가죽향을 품고 있어 붙임성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3~15℃

-음식과 짝 맞추기: 신맛도 탄닌도 두드러지므로 크림이나 치즈 등 지방을 적극적으로 쓴 음식과 잘 어울린다. 요즘이라면 단호박을 채운 치즈소스 라비올리를 권한다.

◇풀바디 와인

1) 말벡

아르헨티나의 대표 와인 품종이다. 빨간 자두, 코코아의 맛과 향을 품고 있는 가운데 신맛과 탄닌이 비교적 적은 편이고 여운도 길지 않아 기름기가 적은 붉은 육류와 잘 어울린다. 구대륙인 프랑스 남서부의 카오르(Cahor)에서도 말벡 위주에 메를로 등을 블렌딩한 와인을 만드니 맛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그릴에 구운 양이나 쇠고기

말벡, 보르도 블렌드처럼 묵직한 바디감이 드는 레드와인은 기름기가 적은 붉은 육류와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2) 보르도 블렌드

론 지역이 ‘GSM’이라면 보르도 지역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위주로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등을 블렌딩해 와인을 만든다. 단맛이 거의 없고 탄닌도 많이 두드러져 붙임성이 좋지 않다. 따라서 세계적인 유명세에 이끌려 시도했다가 실망할 가능성도 높다. 흑연과 초콜릿, 말린 허브의 맛과 향을 품는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당연히 육류, 특히 그릴에 구운 스테이크가 잘 어울리겠지만 맛내기는 소금과 후추 정도로 간단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3) 카베르네 소비뇽

구대륙 특히 프랑스에서는 지역별로 정해 놓은 규칙에 따라 여러 품종을 블렌딩한다. 반면 미국 등의 신대륙에서는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빚는 경향이 있다. 물론 신대륙에서도 당연히 블렌딩을 하지만 라벨에 지역 명칭만을 내세워 특징을 모르는 이라면 검색이 필수인 구대륙과 달리 품종 이름을 나열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레드와인 품종이므로 미국, 칠레 등 다양한 나라의 제품을 찾을 수 있다. 도수와 음식 짝 맞추기는 보르도 블렌드를 참고할 것. 

4) 쉬라/쉬라즈

론 GSM 블렌딩의 ‘S’이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표 품종으로서는 쉬라즈(Shiraz)라고도 불린다. 쉬라즈 단일 품종 와인은 풍성한 가운데 단맛이 완전히 빠지지는 않고 신맛과 탄닌도 엄청나게 두드러지지 않아 붙임성이 좋고 경우에 따라 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딸기처럼 신맛이 강한, 혹은 꿀처럼 단맛이 강한 식재료와 짝을 지어도 인상을 쓰지 않는다. 블루베리, 검은 자두 등의 풍성한 과일 맛과 향을 품는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구운 참치,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처럼 표정 뚜렷한 치즈,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써 익힌 붉은 육류

짭조름한 소시지에는 풍성하면서도 짜임새가 좋은 무르베드르가 잘 어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5) 무르베드르

무르베드르(Mourdevre, 혹은 모나스트렐 Monastrell)는 유명세를 타는 품종은 아니지만 풍성하면서도 짜임새가 좋다. 따라서 스페인산을 잘 고르면 가성비가 엄청나다고 느낄 수 있다. 담배와 구운 고기의 맛과 향을 품는다. 

-도수: 13.5~15%, 마시는 온도: 15~20℃

-음식과 짝 맞추기: 소시지, 간 등

음식평론가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이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