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BC방송, 주변 인물들 증언 소개… “연줄 맺기로 고위직 오른 것”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의 주인공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같았다. 미나 장은 약 20년간 자신을 날조했다.”
30대 한국계 여성으로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직에 올라 ‘한인 신화’를 썼으나, 학력ㆍ경력 부풀리기 의혹으로 순식간에 몰락한 미나 장(35) 전 국무부 부차관보에 대해 그의 옛 친구가 내린 평가다. 27일(현지시간) 미 NBC방송은 이 같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나 장의 과거 이력, 국무부 분쟁안정국(CSO) 부차관보 자리까지 꿰찰 수 있었던 이유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2003년 1월 한국에도 개봉된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신출귀몰한 신분 위조 행각을 벌이며 미 연방수사국(FBI)을 농락했던 수표 위조범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일대기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다.
NBC방송에 따르면, 미나 장이 공적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건 15년 전쯤부터다. 당시 텍사스 댈러스 지역사회에서 ‘샤론’이라는 이름을 썼던 그는 방위산업 행사 참석을 계기로 유력 공화당원, 군 관계자 등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열정적인 인도주의자’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면서 “해외 구호활동을 위해 수색견과 구조팀을 갖춘 자선단체를 운영 중”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상은 180도 달랐다고 NBC는 전했다. 해당 자선단체의 직원은 한 명뿐이었고, 수색견도 발작 증세를 가진 한 마리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2015년 제출된 세무신고서를 본 미 국세청의 ‘해외 사무실과 직원이 있느냐’는 질의에도 이 단체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미나 장의 자선단체가 미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중 사달이 나기도 했다. 육사 측과 인턴 파트너십을 맺고도 아무 활동을 하지 않은 게 들통 나는 바람에 인턴십 프로그램이 폐지돼 버린 것이다. 한 육사 교수는 방송에서 해당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 “100% 헛소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들에도 미나 장은 ‘워싱턴 진출’이라는 야심을 접지 않았다. 오히려 ‘인맥 쌓기’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뉴 아메리카’라는 싱크탱크의 무보수 연구원 자리로 워싱턴에서 발판을 마련한 그는 이후 정ㆍ관계 인사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며 연줄을 맺어 갔다. 지난해 방산업자 시상식 행사에서 피트 모로코 전 국무부 차관보와 첫 인사를 나눴고, 공화당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의 보좌관과도 친분을 쌓았다.
바로 이때의 연줄이 미나 장의 ‘국무부 부차관보 지명’에 결정적 힘을 발휘했다는 게 NBC의 분석이다. 맥콜 의원은 “경험이 많은 현장 전문가”라며 미나 장을 치켜세우는 추천서를 써 줬고, 모로코 전 차관보 역시 그의 이력서를 트럼프 행정부 내 주요 인사들에게 돌리면서 보증인 역할을 자처했다. 물론 이들은 현재 미나 장과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맥콜 의원의 대변인은 “미나 장은 국무부 규정대로 하지 않았고, 그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나 장은 NBC가 지난 13일 최초 보도한 자신의 학력ㆍ경력 위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억울함을 표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국무부에 낸 사직서에서 “나의 자격이나 성품, 인성을 공격하는, 오로지 빈정거림에 기초한 인격 살인이 자행되는데도 국무부 상관들은 나를 보호하거나 진실을 말하고 나서길 거절했다. 거짓 비난에 맞서 답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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