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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고통? 서울시 지지동반자 두드려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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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고통? 서울시 지지동반자 두드려 봐요

입력
2019.11.29 04:40
수정
2019.11.29 10:5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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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폭력 전문가가 채증ㆍ고소 등 1대 1 동행… 최근 두 달간 124건지원

[저작권 한국일보]디지털성범죄. 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디지털성범죄. 신동준 기자

가수 구하라씨의 극단적 선택 이후 자살 고위험군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피해자 지지 구조가 중요하다는 지적에 이들과 1대 1로 밀착해 지원하는 서울시의 ‘지지동반자’가 주목 받는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약 두 달 간(10월 4일~11월 25일) 지지동반자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에 나선 건은 총 124건이다. 전화ㆍ온라인 상담 102건과 찾아가는 상담 7건이 이뤄졌다. 상담 후 고소장 제출, 수사 동행 등 경찰 수사에 들어간 것만 15건이 진행 중이다. 지지동반자는 초기 상담부터 피해자 혼자서는 힘든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 등 모든 피해 구제 과정을 1대 1로 동행ㆍ지원하는 활동가다. 지난달부터 젠더 폭력 분야에서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3명이 지지동반자로 활동 중이다.

지지동반자의 역할이 중요한 건 전체 성폭력 범죄 4건 중 1건이 디지털 성범죄일 정도로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공적 지원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존 성폭력처벌법이 디지털 성범죄를 포괄하지 못하면서 피해자 역시 기존 성폭력 피해자 지원 체계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곳은 여성인권운동단체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불법촬영물 삭제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여성가족부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정도다. 한 사람의 조력자가 피해자에게 붙어 하나부터 열까지 법적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 지지까지 종합 지원하는 방식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오프라인 성범죄 피해자보다 더 취약한 탓에 지지동반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흔히 ‘인격 살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올해 펴낸 ‘온라인 성폭력 피해실태 및 피해자 보호 방안’에 따르면 불법영상이 유포된 피해자 45.6%가 자살을 생각했고, 이중 42.3%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19.2%는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 지지동반자인 이희정씨는 “오프라인 성폭력은 피해자가 말하지 않으면 모르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지인이 ‘어느 사이트에서 널 봤다’고 알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주변인부터 불특정다수에까지 확산 정도를 가늠할 수 없어 유포 불안에 훨씬 더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피해 구제를 위해 경찰 신고를 결심한 피해자 앞에도 난관이 도사린다. 경찰에 불법촬영 피해를 입증할 유의미한 증거를 제출해야 하는데 자신이 나온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원본 영상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여러 사이트를 돌며 직접 찾아야 한다. 이때 채증부터 경찰 진술 시 옆 자리에 앉아 피해자를 지지해주는 게 지지동반자의 일이다. 지지동반자의 존재만으로 경찰에 의한 2차 가해도 예방된다. 지지동반자는 소송까지 동행하고 심리치료 등 필요한 지원도 연계해준다.

그럼에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공적 지지와 지원 체계는 더 많이 필요하다.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은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져 자기 주거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피해자가 머물 쉼터나 심리치료 등을 위한 장기적인 의료비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불법촬영물이 범죄 영상이고 성폭력이라는 사회적 인식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 고인이 된 구씨가 전 남친 최종범씨로부터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당시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는 ‘구하라 동영상’이었다. 이희정씨는 “업로드 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보는 사람이 없으면 그나마 근절이 될 텐데 어떻게든 다운 받아 보고, 이를 돈벌이로 삼아 유통하는 사람들까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촬영-유포-재유포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불법촬영물을 보는 사람도 공범”이라고 일갈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지지동반팀(02-2275-2201)이나 digital_sc@hanmail.net 에서 상담이 가능하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디지털 성범죄란

카메라나 유사한 기계장치를 이용해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 등을 동의 없이 유포하고 협박하는 것을 말한다. 불법촬영물이나 그 복제물을 유포ㆍ재유포하고 유통ㆍ소비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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