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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법원서 직접고용 하라고 했는데…” 또 해고 위기 몰린 한국GM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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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ㆍ법원서 직접고용 하라고 했는데…” 또 해고 위기 몰린 한국GM 비정규직

입력
2019.11.29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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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하청업체 7곳 소속 560명 

 내달 31일자로 해고 통보 받아 

 위기 때마다 비정규직만 내몰려 

 

지난해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지난해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한국GM 사내하청 노동자 이영수(가명ㆍ40)씨는 2001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자동차 조립과 부품 포장 업무를 맡고 있다.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협력업체에 입사했다. 이씨는 “처음엔 사내하청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도 몰랐고 그저 대우공장에서 일하는 게 자랑이었다”며 “월급을 받고 주변 동료들과 비교하며 격차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청업체 소속인 이씨의 현재 월 기본급은 175만원 수준. 그는 “같은 일을 하지만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합쳐도 급여는 정규직의 3분의 2 수준”이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 25일 회사(하청업체)로부터 560명의 동료와 함께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받았다. 한 장짜리 서류에는 ‘귀하와의 근로관계가 (한국GM과의 도급 계약이 끝나면서) 종료된다’고 짧게 적혀 있었다. 이씨는 “정부와 법원이 한국GM의 사내하청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직접고용 하라는 취지의 판정과 판결을 수 차례 내렸기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도 내가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며 “직접고용을 미루고 미루다 돌아온 게 해고”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회사는 해고 통지 확인 서류에 서명을 하라고 독촉하는데 못했습니다. 이제 10개월된 아이가 있는데, 아내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네요.”

28일 전국금속노조 한국GM창원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창원공장 사내하청업체 7곳에 소속된 560명이 다음 달 31일자로 해고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GM은 경영위기와 생산물량 감소를 이유로 창원공장을 2교대(주야근무)에서 1교대(주간근무)로 전환하는데, 현재 비정규직이 맡는 공정을 정규직으로 인소싱(Insourcingㆍ내부조달)할 계획이다. 한국GM이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면서 일감이 없어지자 사내하청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신동준 기자

한국GM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2017~2018년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도 이번처럼 정규직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사내하청 비정규직 113명이 해고 또는 대기발령 통지를 받았다. 한국GM은 경영위기가 심각해 인력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비정규직에게 특히 매몰차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GM의 비정규직 현황과 고용대책’ 보고서를 보면, 2015~2018년 고용감소 비율은 정규직(0.8~2.9%)보다 비정규직(12.5~74.0%)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해고 통보를 받은 비정규직은 ‘사실상 정규직’에 가깝다. 창원공장에서 해고된 560명은 모두 지난해 5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을 인정 받았다. 2013, 2016년에는 각각 대법원이 창원공장 비정규직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한국GM은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아 창원공장 소속 460여명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하고 있다. 배성도 한국GM창원비정규직지회장은 “한국GM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정부가 국민 혈세 8,10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고용부가 직접고용을 명령한 560명을 전부 자르는 것은 (GM이) 비정규직의 생존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던 비정규직 수백명이 해고됐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의) 불법파견 시정지시는 원청인 한국GM에 내렸지만, 해고는 협력업체와의 계약관계여서 추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며 “한국GM이 비정규직도 포용하겠다고 태도를 바꾸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이후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이 예견 됐고 사내하청 불법파견 인정 판결이 이어진 만큼 정규직에 준하는 고용대책이 필요했었다”며 “한국GM이 사내협력사도 고용유지지원제도 등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등 고용부가 보다 적극적인 행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유지지원제도는 생산량 감소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업주가 계획서를 제출하면 근로시간 조정, 교대제 개편 등을 실시하는 기간 동안 근로자의 임금을 정부가 일부 지원해주는 제도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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