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초청으로 다음 달 4일부터 이틀간 공식 방한한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로 갈등을 빚은 이후로 왕 부장이 한국을 찾는 건 처음이다.
28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과 왕 부장은 4일 회담을 갖고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왕 부장은 문재인 대통령 예방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다음 달 하순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향후 시진핑 주석의 방한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은 2015년 제7차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았고, 같은 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수행을 위해 방한했지만, 공식 방한은 2014년 5월 이후 5년 6개월 여만이다.
왕 위원의 이번 방한은 미중 전략 경쟁 구도가 격화하는 상황에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전략적 경쟁구도의 전선이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도 적절히 관리해 나간다는 차원과 지난 10월 방북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이 불발되고 북미협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한국과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이번 방한에서 한한령과 한국행 단체관광 제한 해제 방안이 논의돼 얼어붙었던 한중관계가 개선될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왕 위원의 이번 방한은 한중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한중 외교 당국 간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보다 내실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드 갈등의 빠른 회복이 아직 어려운 상황인 데다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도 열려 있어 이와 관련한 언급이 나올 수도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의 종료에 환영의 뜻을 밝혔던 중국으로선 이번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을 두고 한국이 급속하게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기울지 않게 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외교전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는 “중국은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에 반대하고 중국 주변에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반대한다”며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後果)를 초래할지 여러분들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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