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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전통음악 선보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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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전통음악 선보이겠다”

입력
2019.11.29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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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일 경기도국악단 예술감독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 경기도국악당 사무실에서 만난 원일 예술감독이 국악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국악단 제공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 경기도국악당 사무실에서 만난 원일 예술감독이 국악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국악단 제공

“경기도에 와야만 들을 수 있는 우리만의 전통음악을 만들 것입니다.”

지난 1일 취임한 원일 경기도국악단 예술감독의 말이다.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경기도국악당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다음달 6일 첫 작품이자 단원들과의 호흡을 맞추는 ‘반향’ 음악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서양음악이 정해져 있는 음과 음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만 우리 전통음악은 흥으로 만들어낸 소리가 만나 어울리는 것”이라며 “각기 다른 소리가 만나 팔색조처럼 펼쳐지는 음색, 각각의 소리가 다 살아 있어야 하는 음악, 그런 우리만의 전통음악을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감독은 국악인임에도 다양한 장르에서도 활동한 전력이 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중학교 때 밴드부 활동을 하며 클라리넷을 불어 독일필하모니 클라리넷 수석주자가 꿈이었다. 국악고에 진학해서도 국악과 함께 영화감독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서양음악, 영화 연출에 소리를 더하면서 그만의 음악적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의 음악적 다양성은 2018 평창올림픽에서는 음악감독을, 최근 종료된 전국체전 100주년 서울체전에서 총감독을 맡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 경기도국악당 사무실에서 만난 원일 예술감독이 국악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국악단 제공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 경기도국악당 사무실에서 만난 원일 예술감독이 국악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국악단 제공

그는 어려서부터 ‘소리’에 대한 관심이 컸다. “어려서 시골에 자라면서 소리를 갖고 놀기를 좋아했다”며 “내 앞에 관객이 있다고 설정해 연주도하고, 나무나 새들과 악기를 통해 대화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휘파람을 불면 새가 화답하듯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우연히 방문한 국악고에서 가야금 소리가 하늘나라 소리처럼 들렸다”는 원 감독은 “그 동안 내가 알던 음악과 국악이 만나는 순간”이라고 했다.

“서양음악과 영화 속에 있는 소리와 공간배치, 색과 조명 등 소리예술을 시각예술로 펼쳐 보이는 나만의 음악 세계관이 만들어졌어요. 그게 평창올림픽과 서울체전에 서게 된 이유인 것 같아요.”

원 감독은 경기도국악단 예술감독에 취임하기 이전부터 국악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기관의 감독이 된 만큼 그 비전을 실행에 옮기는 작업에 착수했다.

원 감독은 “국악이라는 용어는 ‘국악관현악’, 우리 전통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특수성 있는 음향체를 말하는 게 아닌 서양음악으로 치면 ‘심포니’ ‘필하모니’ 등과 같은 개념적 성격”이라며 “우리 음악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조심스럽게 명칭 변경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그게 바로 시나위(타악기와 관악기가 중심이 되어 연주되는 기악곡)라고 하는데 팔색조처럼 펼쳐지는 음색, 각각의 소리가 다 살아 있어야 하는 바로 그것”이라며 “국악의 미래를 위해 플랫폼 역할을 하는 악단,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로 바꾸고자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나위는 단원 개개인의 창의성, 존엄성, 자연성, 창발성 등 흥을 통해 소리(음악)의 어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우리 안에서 현대성의 방법을 찾아내고 우리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전통을 그대로 재연하는 게 아니라 의미 있고 생생하게 앞뒤 맥락에서 살아날 수 있게 재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재창조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 경기도국악당 사무실에서 만난 원일 예술감독이 국악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국악단 제공
지난 18일 경기 용인시 경기도국악당 사무실에서 만난 원일 예술감독이 국악의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국악단 제공

그렇다고 판소리와 사물놀이 등을 등한시 한다는 게 아니다. 원 감독은 “시나위는 특정분야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판소리, 사물놀이에서 각각의 개성을 촉발시키는 것”이라며 “전통이라는 틀 안에서 잃어버렸던 소리,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던 음악을 되살리려 한다”고 말했다. “각각의 개성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그런 팀, 시나위오케스트라A, 시나위오케스트라B 등을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원 감독은 “전통음악은 낡은 게 아니라 어떻게 재연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음악은 생생하게 다가갈 것이며 훨씬 더 의미 있게 표현해 낼 것”이라고 했다.

“시나위오케스트라를 필두로 민요·성악·전통가곡·판소리 등을 세분화해 경기도만의 개성을 갖는 악단으로 만들 겁니다. 국내 최고의 단원들이 있기에 틀림없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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