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뉴스에 이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도 개인화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편했다. 특정 집단이 단시간에 검색량을 늘려 순위를 높일 수 있는 실급검이 여론을 조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네이버가 지난달 실급검의 연령별 분류에 이어 내놓은 대책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이 개인별 설정 기준에 맞춰 실급검 순위 노출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실급검을 개편했다고 28일 밝혔다. 여기에는 네이버가 개발한 AI 기반 검색어 추천 시스템 ‘리요(RIYO)’가 적용됐다. 리요는 검색어와 주제 카테고리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를 분석해 개인이 원하는 정보 중심으로 실급검을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매일 실급검 순위를 장악하던 광고나 이벤트성 검색어 노출 여부를 개인이 결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 동안 네이버 실급검은 일부 브랜드의 이벤트와 할인 정보의 광고창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실검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이 행위는 소비자들이 할인을 받기 위해 특정 키워드를 네이버 검색창에 검색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검색어 순위를 높여 광고 효과를 얻는다. ‘토스 행운퀴즈’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태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9월 1~19일 매일 오후 3시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 분석 결과, 1위 중 78.9%가 기업의 상품 홍보를 위한 광고였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개편을 통해 실급검 창에 이를 조절할 수 있는 ‘필터’를 달았다. 총 5단계의 필터 조절을 통해 이벤트ㆍ할인 정보 노출 여부를 개인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벤트ㆍ할인 검색어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이용자들에게는 정보 가치가 낮다”며 “이런 정보에 관심이 없는 이용자들은 필터를 강하게 설정해 급상승 정도가 아주 높은 정보만을 차트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요는 ‘이슈별 묶어보기’ 필터도 제공한다. 그 동안 같은 이슈에서 파생된 여러 개의 비슷한 검색어가 산발적으로 20개의 실급검 순위 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기존에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는 날 ‘대한민국 축구’ ‘한국 축구’ ‘축구’와 같이 비슷한 검색어가 모두 순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슈별 묶어보기’ 필터를 사용하면 하나의 대표 검색어만 남기고 다른 검색어들은 해당 검색어 근처에 묶여 작게 표시된다.
네이버는 리요 필터를 이벤트ㆍ할인뿐만 아니라 시사, 스포츠, 연예 등 다양한 주제군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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