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 첫 자치분권 특별회계 편성 등 ‘유성형 주민자치 모델’ 구현 역점
“지역의 일은 주민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과감하게 결정권을 돌려줘야 합니다.”
27일 집무실에서 만나 정용래(51) 유성구청장은 유성형 지방자치의 핵심을 ‘분권과 참여’라고 한마디로 요약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믿지 못해 권한을 내려주지 못하고, 지방정부는 주민들을 믿지 못해 권한을 끌어안고 있으면 지방분권, 주민자치는 요원하다”며 “실제 마을축제를 주민들에게 맡겨보니 창의적이고 지역실정에 맞게 잘 운영해 나가더라”는 말로 권한이양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민선 7기 구정 기조를 ‘자치분권 선도도시’로 정한 정 청장이 ‘유성형 주민자치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 청장은 주민자치는 자기가 사는 마을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분열, 갈등문제를 치유하고 고령화, 소외, 지역안전 문제도 주민자치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주민들이 지역 공동 관심사에 대해 소통하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해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지역사회발전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의 주민자치 관련 정책은 마을공동체 활성화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유성구는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공동체 지원센터를 내년 상반기 설치하고 주민들이 마을사업과 구정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 플랫폼도 운영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주민들이 스스로 정책을 발굴하고 토론을 펼쳐 스스로 결정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로 9년째 실시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의 동별 예산도 올해 6,000만원에서 내년에는 1억원으로 늘려 재정민주주의도 적극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주민들이 결정하는 자치사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0억원 규모의 ‘자치분권특별회계’도 편성했다. 그는 “주민들이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제의 경우 사업들이 각 부서별로 흩어져 있어 집행 과정에서 공무원과 주민들이 힘들어 해 아예 주민사업을 처리할 수 있는 하나의 회계를 만들었다”며 “이를 통해 사업 아이디어가 들어오면 바로 예산편성과 집행 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현재는 법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민자치회가 예산을 받아 스스로 집행하고 회계처리까지 가능한 상태까지 가야 진정한 주민자치 실현을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청장은 주민자치의 지속성 유지를 위해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키우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분권아카데미와 자치분권대학, 주민자치학교 교육을 통해 주민자치위원들의 역량을 키우고, 마을미디어를 만들어 주민간 소통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정 청장은 주민자치에 대한 공무원들의 인식전환 필요성도 강조했다. “공무원들이 주민자치를 성과로 생각하면 결과물을 내기 위해 간섭하기가 쉽다”며 “결정은 주민들이 하고 공무원들은 주민들의 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도록 교육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는 유성의 주민자치가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사업에 주민들뿐만 아니라 과학자, 학생 등 직능별 참여인원이 늘어나야 한다”며 “참여활성화를 통해 유성을 자치분권과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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