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해외 석학 칼럼] 유럽식 에너지 전환

입력
2019.12.02 04:40
수정
2019.12.02 11:32
29면
0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유엔에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는데, 이는 ‘고립주의’ 외교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렉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켄터키주 렉싱턴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유엔에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했는데, 이는 ‘고립주의’ 외교의 정점을 찍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렉싱턴=AP 연합뉴스

기후변화와의 전쟁은 역사적 도전이지만,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는 계속 손을 털겠다고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초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의 탈퇴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2017년에 발표한 자신의 결정을 재확인했다. 발표는 협정이 허용하는 가장 이른 시간에 이루어졌고, 탈퇴는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다음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그로부터 미국은 협정에 참여하지 않는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될 것이다.

모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은 당선되면 미국이 파리협정에 다시 합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이 도입했던 환경 규제를 조직적으로 해체해 놨기 때문에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다행히 미국의 각 주, 도시, 시민사회단체,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과 천연가스의 경쟁력 등 경제적 요인은 트럼프 정책의 부정적 영향을 부분적으로 완화시켰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적 증거를 계속 무시하고 깎아 내리는 한 미국이 기후변화와의 전쟁을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다른 나라들은 훨씬 더 기꺼이 참여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흥강국, 중국은 여전히 환경보호에 개선의 여지가 많으나, 주목할 만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EU)과 함께 기후 외교에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기까지 했다.

유럽의 리더십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세계적인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EU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계속 보여왔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노력에 추진력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기후 장관을 사회민주당의 프랜스 팀머만스 아래 세 부위원장 중에서 한 명을 끌어올려 임명하겠다는 결정은 좋은 출발이다. 팀머만스는 취임 후 첫 100일 내에 ‘유럽그린딜’을 발표하게 되며, 이는 유럽이 최초의 탄소중립대륙이 될 기반이 될 것이다. 이 광범위한 전략은 새 위원회가 모든 부서를 세밀히 조율하여 공통된 생각으로 일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민주당이 지지하는 그린뉴딜과 마찬가지로 유럽그린딜은 뚜렷한 사회적 관점을 나타낼 것이다. 형평성과 실용주의를 이유로, 에너지 전환은 경제 성장과 상충될 수 없다. 생산과 소비를 크게 축소하는 안은 정치적으로 실행 불가하고 선진국, 개발도상국에서 모두 실패 할 수밖에 없다.

유럽기후안의 핵심은 ‘공정한 전환’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광산 지역 근로자처럼, 에너지 시스템에 일어날 중대한 변화에 취약한 사람들과 지역을 돕는 것을 말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이 수용한 ‘공정전환기금’을 만들면 모든 EU 회원국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국이 되기 더 쉬워질 수 있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는 오랜 반대 끝에 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

EU 정부가 파리협약에 따른 EU의 다음 자발적 성금에 가능한 한 빨리 동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정의 모든 당사자는 내년 말이 되기 전에 새로운 성금을 제시해야 한다. EU가 2030년까지의 배출량 감축을 위한 야심 찬 목표를 신속히 채택하면, 다른 나라에도 그렇게 하도록 권장할 수 있다.

야심 찬 목표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EU도 목표 달성을 위한 요건을 내놓아야 한다. 폰 데어 라이엔은 유럽투자은행(EIB)을 부분적으로 ‘기후은행’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고 EU는 이를 활용할 수 있다. EIB는 이미 기후 관련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다자간 투자자이며, 적어도 50%를 담당할 것이다. 또 2021년 말부터는 줄어들지 않는 화석연료 에너지사업에 대한 새로운 자금 조달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확정했다. 이러한 큰 변화로 인해 EIB는 더 많은 자원을 친환경에너지에 집중시키고 탄소 포집 및 저장 같은 완화책을 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또 EU는 경제 활동과 금융상품을 ‘친환경성’에 따라 분류하려 하고 있다. 이 분류체계는 일부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 제품으로 통과시키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다. EU가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분류체계를 만들면 현재 우리에게 없는 국제표준도 수립할 수 있다.

기후변화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EU의 리더십은 칭찬할 만하다. 스페인 정부는 다가오는 연례 UN기후정상회의(COP25)를 주최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이는 그런 리더십의 또 다른 증거다. 회의의 원래 주최국이었던 칠레가 자국의 불안한 정치상황을 이유로 회의 개최를 포기한 뒤 스페인이 나선 것이다. 12월 정상회담은 이제 칠레 주재하에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간을 다투어 마련된 이 솔루션은 기후 위기에 직면해야 하는 정치적 의지와 협력 정신을 상징한다. 탈탄소화의 집단적 노력에 있어, 세 가지 분명한 진실이 드러났다. 우리는 갈 길이 멀고, 필요한 만큼 빨리 발전하지 않고 있으며, 모든 국가가 자신의 역할을 해주어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비에르 솔라나 전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

©Project Syndicat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