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종합 3위에 오른 볼가스 레이싱의 김재현이 슈퍼레이스 무대에서 페이스카로 활약한 캐딜락 CTS-V를 만났다.

대한민국을 자랑하는 모터스포츠 대회인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2019 시즌이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모터스포츠 중 최고 클래스이자 아시아 유일의 스톡카 레이스인 ‘ASA 6000 클래스’에서는 아트라스BX 모터스포츠가 팀 챔피언십과 드라이버 챔피언십을 휩쓸었다. 결과만 본다면 다시 한 번 일방적인 우세였지만 그 내용은 최종전까지 우승을 가늠할 수 없는 격전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올 시즌 신생 팀으로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볼가스 레이싱 소속이 존재하고, 지난 2014년 강력한 경기력과 뛰어난 성과로 대한자동차경주협회가 선정한 ‘2014 올해의 드라이버’에 올랐던 ‘김재현’이 존재했다.

치열했던 경쟁, 그리고 마지막까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시즌이 끝나고 난 후 2020시즌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볼가스 레이싱의 김재현을 만났다.

그리고 최근 몇 시즌 동안 스톡카 대열 가장 앞에서 레이스의 시작을 준비하고, 또 레이스의 안전을 보장하는 ‘페이스카’로 사용되었던 캐딜락의 슈퍼세단, 캐딜락 CTS-V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국내 최고의 드라이버 중 하나인 김재현은 과연 캐딜락 CTS-V를 어떻게 평가할까?

서킷 위 낯선 존재, 캐딜락

국내 최고의 대회인 슈퍼레이스, 그리고 그 중에 최고의 클래스인 스톡카 레이스에 캐딜락 바디쉘이 사용되는 건 조금 낯선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캐딜락이라고 한다면 ‘어른의 브랜드’ 혹은 ‘안락함’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아버지꼐서 캐딜락을 타셨는데 정말 넘실거리는 그 승차감이 너무 강하게 기억에 새겨진 탓에 서킷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프로 스포츠인 ‘모터스포츠’에 후원 활동을 펼치며 나름대로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 같았고, 그리고 스톡카의 바디쉘로 사용되는 캐딜락 ATS-V는 제법 스포티한 감성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 같다’라는 수준에 감상에 불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럴까? 대회에서 마주했던, 그리고 스톡카 대열을 이끌던 ‘페이스카’ 캐딜락 CTS-V에 대해서도 별 감흥이 없었다. 차량의 크기도 상당히 큰 편이었고, 고성능 모델이라 하더라도 스톡카가 내지르는 사운드가 더욱 큰 편이었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독보적인 존재의 세단, 캐딜락 CTS-V

과거의 캐딜락은 자칫 고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캐딜락은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CTS-V 또한 사실 ‘세대 교체’를 앞두고 있는 모델이지만 그렇다고 그 외형에 있어서 ‘과거의 것’이라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자동차 디자인에도 유행이 있는데, 캐딜락의 디자인은 이러한 유행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명확하게 제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프론트 그릴이나 헤드라이트의 디자인은 물론이고 고성능 모델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다양한 디자인 요소 또한 마음에 든다.

측면의 모습도 무척이나 깔끔하다. 실제로 측면을 보고 있으면 큼직한 브레이크 캘리퍼와 디스크, 그리고 전륜 펜더 뒤쪽에 자리한 V 배지 외에는 고성능 모델이라는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깔끔한 모습이다.

그리고 후면의 디자인에 있어서도 캐딜락이라는 이미지가 확실히 느껴진다. 세로로 길게 이어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깔끔하게 다듬어진 차체의 디자인은 물론이고 살짝 끌어 올린 립 타입의 스포일러, 그리고 강력한 성능을 예고하는 네 개의 머플러 팁이 바디킷 하단에 적용되어 ‘강력한 성능’을 느끼게 한다.

조금은 아쉬운, 그러나 드라이빙을 위한 공간

캐딜락 CTS-V의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보면 블랙 원 톤의 인테리어 컬러 때문인지 조금 답답하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투 톤의 컬러 패키지가 적용된 차량이었다면 더욱 역동적이고 강렬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데뷔한지 제법 시간이 흐른 차량인 만큼 대시보드나 센터페시아의 마감 및 일부 소재, 그리고 스타일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진짜 카본 파이버 패널과 금속 고유의 질감이 드러나는 디테일, 그리고 구성 자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된다.

센터페시아의 컨트롤 패널이 하이그로시에, 다소 저렴한 느낌이 들지만 패널이 개방되어 그 안쪽에 무선 충전 패널과 USB 포트를 마련한 점이나 스티어링 휠, 디스플레이 패널을 활용한 계기판 등 기술적인 어필을 하려는 부분도 분명 인상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공간에 대해서는 전폭이 조금 좁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트의 만족감이 대단하다.

레카로 브랜드의 기술력은 물론이고 전문 드라이버들을 위한 고성능 시트 벨트 등을 탑재할 수 있는 디자인, 그리고 운전자의 몸을 홀딩하는 핏감과 조절 기능 등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다만 도어를 닫은 상태에서는 도어와 시트 사이의 공간이 좁아 시트 조절 기능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꼭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이다.

2열 공간은 1열 시트가 크고, 또 강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GM의 개발 풍토가 반영된 듯한 두꺼운 C 필러 등으로 인해 조금 좁게 느껴진다. 차량의 체격이 상당히 큰 점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부분이지만 차량의 성격, 그리고 1열 시트의 형태 등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이 된다.

캐딜락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존재

앞서 말한 것처럼 캐딜락 ATS-V의 바디쉘을 사용한 레이스카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캐딜락의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대해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미국식 고성능 차량, 즉 출력만 높고 그외의 것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그러한 차량이라는 ‘일종의 편견’ 아닌 편견을 갖고 주행에 나섰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슈퍼레이스의 페이스카는 물론이고 시승 차량 등으로 사용되었던 ‘극한의 상황’에서 운영된 CTS-V인 만큼 주행 거리도 6만km에 이르렀고, 또 외형이나 실내 공간에서도 에이징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주행 거리, 그리고 시간을 고려해 시승을 하려 했지만 막상 시트에 몸을 맡기니 그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장시간, 그리고 많은 거리를 트랙 위에서 달려 일부 잡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시트의 만족감은 물론이고 레그룸과 페달들의 각도, 그리고 스티어링 휠, 계기판 위치 등이 연출하는 드라이빙 포지션이 상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행 거리가 누적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엔진의 상태가 무척 좋았다. 강렬한 사운드를 내지르며 시동을 건 후에도 무척이나 부드럽고 여유로운 회전 질감을 제시하고 소음도 크게 느껴지지 않아 주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슈퍼차저를 적용한 V8 6.2L(LT4) 엔진이 발휘하는 650마력, 그리고 87.2kg.m의 토크는 제원 자체로도 압도적이다.

사실 시장에서 이 정도의 출력을 내는 차량을 생각해보면 정말 ‘몇 대 없는’ 놀라운 수준의 출력이다. 참고로 스톡카에 적용된 V8 6.2L LS3 엔진이 450마력 수준의 성능을 내고 또 데뷔한지 오래지만 여전히 모터스포츠 무대에서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걸 생각해본다면 CTS-V의 성능은 정말 무서운 수준인 것이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낮은 RPM부터 고회전 영역까지 출력이 가득 채워져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이중접합 유리 너머로 들려오는 강렬한 사운드와 말 그대로 치솟는 속도계를 보고 있자면 감탄을 금치 못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풍절음을 능숙히 제어하는 그 모습이 꽤나 어처구니 없었다.

실제 비교는 해보지 못했지만 파이프 프레임 차체에 엔진과 주요 부품 등을 장착해 1,200kg 남짓한 스톡카의 가속력보다도 훨씬 탁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대배기량의 넉넉함, 여유 때문인지 속도를 높이고 또 높이더라도 여유가 넘치는 그 모습으로 제원 상 최고 속도인 320km/h 주파가 거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러한 출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eLSD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페이스카의 임무를 마친 직후의 타이어 상태, 그리고 추운 날씨 등을 고려하더라도 가속 상황에서 안정적인 출력 전개 및 조율 능력을 보이고, 특히 2단이 맞물린 이후부터는 차량이 갖고 있는 성능을 고스란히 달리기로 이어가는 놀라운 모습이다.

이와 함께 드리프트 주행과 같이 리어를 적극적으로 흘리고자 한다면 CTS-V는 특별한 조작 없이, 차량 스스로가 출력 전개를 허락하며 운전자가 원하는 움직임을 고스란히 그릴 수 있는 ‘기술적인 완성도’를 과시한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움직임에 있었다.

드라이빙 모드를 투어에 두었을 때에는 기본적으로 조향에 너그럽고 여유를 가져가는 미국적인 조향 감각이다. 하지만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트랙으로 바꾸게 되면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과 함께 차량의 반응을 조금 더 탄탄하게 조여주며 전륜에 느껴지는 무게감, 혹은 노면의 피드백이 정교하게 전해져 상당히 놀라웠다.

이는 단순히 EPS 시스템 외에도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의 조율 능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실제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은 투어 모드에서는 노면에 대한 적극적인 포용을 통해 고성능 세단이지만 일상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드라이빙 모드를 트랙으로 바꾸면 그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는 모습이다. 상황에 따라 감쇄력을 능동적으로 조율하며 안정적이고, 탄탄한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만든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막연히 단단한 서스펜션이 드라이빙의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편협한 생각이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셋업을 통해 드라이빙의 가치는 물론이고 드라이버에게 높은 확신을 줄 수 있는 것이 더 정교하고 우수한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MRC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여러 고성능 차량에 적용될 수 있는 것 같았다. MRC의 선택, 그리고 상황에 따른 변화를 수용하고 CTS-V는 믿는다면 정말 강력한 드라이빙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기에 제동 성능도 우수하고, 조작에 대한 만족감도 우수했다.

페이스카로 트랙 주행을 한참 소화한 상황이지만 성능을 능숙하고, 부드럽게 제어하는 모습은 상당히 놀랍고, 페달 조작에 대한 피드백도 딱 알맞은 수준이라 페달 조작에 대한 ‘피로’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캐딜락의 여러 차량들이 자랑하는 제동력의 ‘내구성’ 또한 이미 트랙 위에서 입증되었다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장 먼저 패들 시프트의 조작 상황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이 다소 아쉬웠다. 패들 시프트의 크기나 소재 등은 준수한 모습이지만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는 사용감이 조금 애매하다는 느낌이다. 작은 부분에서 만족감을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 조금만 더 고민하고, 조율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차량 자체가 미국 시장, 즉 한 번에 장거리를 달리고, 또 오랜 시간 동안 주행을 해야 하는 도로 및 주행의 특성을 반영하고, 또 강력한 토크를 대응하기 위해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아닌 토크 컨버터 타입의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편안함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차량의 성격이 있고, 또 토크 컨버터 타입의 변속기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차량이 갖고 있는 강력한 주행 성능과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변속기가 갉아 먹는 것 같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BMW의 M 스포츠 변속기처럼 상황에 따라 더욱 적극적인 변속 감각, 그리고 반응 속도의 개선을 이뤄낸다면 차량이 가진 능력을 더욱 한껏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BMW M5 보다 매력적인 CTS-V, 그리고 더욱 기대되는 앞으로의 V

실내 공간과 인테리어의 감성적인 부분, 그리고 기능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부분과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차량이 갖고 있는 강렬한 디자인이나 강력한 퍼포먼스, 그리고 공들여서 다듬은 MRC의 퍼포먼스와 브레이크에 대한 가치 등을 고려하고, 또 부착된 ‘가격표’까지 생각한다면 BMW M5보다 훨씬 매력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단종이 되어 버린 존재가 이렇게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걸 생각하니 앞으로 데뷔할 신형 CT5, 그리고 CT5를 기반으로 개발될 320마력의 사양이 아닌 CTS-V의 뒤를 직접적으로 이을 블랙윙, 혹은 또 다른 이름을 부여 받을 캐딜락의 새로운 슈퍼 세단을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촬영협조: 김재현(볼가스 레이싱/ 2019 슈퍼레이스 시즌 3위)

사진: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슈퍼레이스, 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카앤스포츠 방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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