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있는 인간들’이 남자 주인공 안재현의 개인사 논란을 딛고 ‘B급 로코’의 서막을 올렸다. 작품을 향해 쏟아졌던 우려와 달리, 작품의 특색을 완벽하게 살려낸 첫 방송은 일단 합격점을 줄만했다.
‘하자있는 인간들’은 꽃미남 혐오증 여자와 외모 강박증 남자가 만나, 서로의 지독한 편견과 오해를 극복하며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설정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지난 27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극 '하자있는 인간들'에서는 주서연(오연서)와 이강우(안재현)이 재회하는 모습과 더불어 과거 인연이 공개됐다.
잘생긴 오빠와 동생을 둔 탓에 잘생긴 남자를 질색하게 된 주서연은 이후 학창시절 좋아했던 남자가 자신이 아닌 오빠를 좋아하고, 얼굴이 다소 부족했던 남자친구가 성형 수술 이후 자신을 차버리는 등의 일을 겪으며 ‘꽃미남 혐오증’을 갖게 됐다.
한편 “불결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결벽증 꽃미남 이강우는 학창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똥싸개’라는 말만 들으면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세를 모이는 치명적인 하자를 갖고 있었다. 이강우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 트라우마의 원인을 찾기 위해 동창회를 찾았고, 그 곳에서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말하는 주서연과 재회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트라우마의 원인이 과거 “너 못생기고 뚱뚱해서 싫다”는 말로 고백을 거절했던 첫사랑 주서연이라는 걸 알게 된 이강우는 다시금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세를 호소하며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하자있는 인간들’의 첫 방송은 주서연과 이강우의 악연과 재회를 메인 스토리로 주요 캐릭터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여기에 주인공 안재현과 오연서의 몸을 아끼지 않는 ‘B급 코미디’ 연기가 더해지며 지루하지 않은 한 시간이 완성됐다. 주인공들의 과장된 표정 연기와 캐릭터 설정이 다소 유치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지난 27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오진석 감독이 밝혔던 연출 방향인 “만화책을 읽는 듯한 사랑스러운 행복감을 드리는 게 목표”라던 것과는 제대로 맞아떨어진 모습이었다.
주변 인물인 김슬기(김미경 역)와 허정민(박현수 역) 등의 현실감 넘치는 생활 연기 역시 깨알 같은 재미를 더했다. 생활연기가 더해진 만화 같은 ‘B급 로코’의 출발은 기대감을 상승시키기에 충분했다.
앞서 지난 8월 시작된 구혜선과의 이혼 공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재현의 ‘절치부심’ 연기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안재현은 ‘하자있는 인간들’ 촬영 기간 중 구혜선의 SNS 폭로전이 연달아 이어지며 일각에서 하차 요구가 제기되기도 하는 등,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첫 방송을 앞두고는 개인사가 연기나 작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지에 대한 우려가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하자있는 인간들’에서 안재현의 개인사로 인한 그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안재현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불안한 연기력을 자신을 내려놓고 완벽하게 망가진 ‘B급 코미디’ 연기로 보완하며 작품에 힘을 실었다.
우려는 뒤로 하고 무사히 첫 출발선을 넘은 ‘하자있는 인간들’이다. 물론 총 32부작으로 기획된 만큼,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제 관건은 작품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꾸준히 사로잡으며 ‘합격점’을 넘어 ‘흥행’으로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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