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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최대 고비’ 북미 앞에 놓인 세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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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최대 고비’ 북미 앞에 놓인 세 갈래 길

입력
2019.11.28 04:40
수정
2019.11.28 07: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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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변+α’ 비핵화 협상 합의 ② 협상 결렬 후 北 ‘새로운 길’ ③ 실무협상 답보, 현상 유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있는 제5492군부대관하 여성중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로, 김 위원장이 여성중대원들과 함께 서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있는 제5492군부대관하 여성중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화면 캡처로, 김 위원장이 여성중대원들과 함께 서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며 향후 북미 간 협상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일 담화를 쏟아내며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협상은 없다’고 경고하는 북한과, 압박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미국의 원칙론을 감안하면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①비핵화와 그에 대한 상응조치 합의 ②결렬 ③현상 유지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일단 ①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비핵화 방식에 대한 북미 간 입장 차가 너무 커서다. 미국은 비핵화 최종상태를 정의하고 그에 맞춰 단계별로 비핵화 조치 및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로드맵을 마련하는 ‘포괄적 합의’를 주장한다. 10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에서도 미국은 ‘최종상태에 먼저 합의해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북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시설, 핵무기 등 핵 관련 리스트를 제출하면 로드맵을 짜는 과정에서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에 보다 많은 보상을 주는 식으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포괄적 합의 제안에 대해 북한은 “그러면 폭격 리스트를 제공하라는 것이냐”는 불신이 여전하다. 정부는 북미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해 구체적인 포괄적 합의를 미루고 ‘영변+α’와 일부 제재 완화 등을 교환하는 수준에서 합의하는 ‘스몰딜’을 제안하고 있지만, 미국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는 ③이 꼽힌다. 지금처럼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로 협상 테이블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정치적으로 협상판이 깨지고 대치 국면에 접어드는 ②를 원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외교 소식통은 “핵실험까진 아니더라도 북한이 내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하면 미국은 즉각 대북 제재로 묶어놓은 석유 수입량(원유ㆍ정제유) 쿼터를 더 축소하고 관광에 대한 제재도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한 ‘새로운 길’로 가는 것은 대단한 정치적 모험이다. 물론 추가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면 핵ㆍICBM 동결이란 자신의 외교적 치적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누가 먼저 나서든 연내 실무협상을 재개해 시간을 벌거나, 적어도 향후 일정을 잡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연말을 넘어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대진대 교수)은 “북미 정상 모두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북미 간, 그리고 남북 간 긴장 상태는 올해보다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내년에 핵ㆍICBM 등 미국을 자극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채, 단거리 미사일을 쏘고 남측과의 합의를 하나 하나 깨는 방식으로 미국과 대치하는 구도로 갈 공산이 크다”고 관측했다. 실제 정부 안팎에서도 내년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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