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정치적 고려 작용”
내달 예정됐던 북한 모란봉 악단의 중국 주요 도시에서의 순회 공연이 전격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란봉 악단을 불러들일 경우 미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중국의 정치적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은 북중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12월부터 한 달여 간 모란봉 악단을 초청해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창사 등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열 예정이었으나 급작스럽게 중단한 상태라고 한다. 이 공연 관계자는 중단 배경과 관련,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내달 초 공연이 힘들다”고 전했다. 공연이 내달 진행되려면 선발대나 관련 장비가 이미 들어왔어야 하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준비가 멈춘 구체적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아무래도 교착 국면에 있는 비핵화 협상 탓이 클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5일 결렬된 북미 간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이렇다 할 대화 재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중 간 우호적 분위기가 도드라질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시위 사태와 무역 전쟁으로 미국과 대립 각을 세우고 있는 민감한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연내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중도 불투명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적 상황 탓에 모란봉 악단의 중국 공연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송월 단장이 이끌었던 모란봉 악단은 2015년 12월 베이징 공연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으나 핵개발 관련 메시지가 담긴 공연 내용을 두고 북중 양측 간 불협화음이 나면서 공연이 중단된 바 있다. 올해 들어 북중 간 밀월관계가 상당 수준 회복됐으나 북핵 문제가 또다시 모란봉 악단의 중국 공연을 막아선 셈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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