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측 처음 입장 밝혀…검찰 “고발ㆍ징계 없어 직무유기”
뇌물수수ㆍ부정처사 등 혐의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구속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측은 “비서관 회의를 통해 절차대로 종결됐다”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정도 비리라면 정식 고발 등의 조처가 있어야 했다고 보고,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상대로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7일 조 전 장관 측은 2017년 12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에 대해 “비서관 회의에서 검경에 수사 통보할 정도가 아닌 경미한 사안이라 판단해서 금융위에 첩보를 전달하고 사표를 받는 선에서 종결하자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유재수 감찰 건을 두고 당시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3명이 회의를 열었다. 박 비서관은 감찰을 계속 진행하거나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백 민정비서관은 사표 수리 정도로 마무리할 것을 주장했다. 논의를 계속 이어가다 ‘감찰 중단, 사표 수리’에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통해 “감찰 과정에서 골프채, 항공권 등이 문제가 됐지만 많은 액수는 아니었고 시기 문제도 있어서 3인 회의를 통해 ‘비교적 중한 사건은 아닌 것 같다’고 합의가 돼서 종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금품수수 정황이 일부라도 드러난 이상 유 전 부시장에 당시 소속됐던 금융위원회에다 감찰 내용을 넘겨 정식 징계 절차를 밟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전반을 관리ㆍ감독하는 금융위는 대가성 있는 뇌물 여부와는 별개로 금품수수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중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금융위 내부 ‘징계양정기준’에 따르면, 직무와 무관하게 수동적으로 받은 금품이라 해도 100만원 이상이면 파면까지 할 수 있다. 직무 관련 금품수수는 100만원 미만이라도 파면할 수 있다. 금융위는 또 별도의 ‘직무관련 범죄 고발세부기준’까지 마련해 뒀다. 이 기준에 따르면 금품을 건넨 사람에게 편의를 봐준 게 없고 의례적 수준의 금품수수에 그쳤다 하더라도, 수동적 수수는 1,000만원 이상, 능동적 수수는 500만원 이상이면 금융위원장에게 고발 의무가 생긴다.
현재 유 전 부시장이 받은 것으로 조사된 뇌물액은 5,000만원 수준이다. 정식 절차대로 금융위에 비위사실이 통보됐다면, 수사기관에 고발됐거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파면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정수석실은 정식 공문 없이 전화로만 금융위에다 유 전 부시장의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그 결과 유 전 부시장은 고발이나 징계 없이 금융위를 떠나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정수석실의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뇌물수수, 수뢰후부정처사,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은 이날 구속됐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영장이 청구된 여러 개 범죄 혐의의 상당수가 소명됐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금융시장 전반을 관리ㆍ감독해야 할 금융위원회 국장이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여러 업체들로부터 장기간에 걸쳐 금품을 받아온 점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권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범행기간, 공여자들과의 관계, 공여자의 수, 범행 경위와 수법, 범행 횟수, 수수한 금액과 이익의 크기, 범행 후의 정황, 수사진행 경과, 영장심사 당시 피의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증거 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고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속된 유 전 부시장 등 관련자를 상대로 당시 감찰이 중단된 구체적 경위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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