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인 원장들도 제대로된 급식 힘들어… 내년 예산 증액 심사 예결위에 관심 집중 
 서울시청 6391원 등 공공기관은 ‘금식판’… 경기도 4400원 등 지자체 따라 큰 차이 
어린이집 원장의 비리에 의한 부실급식 논란은 잊힐 만하면 다시 등장한다. 지난해 논란이 되었던 인천의 한 어린이집(왼쪽)과 최근 논란이 됐던 충북 청주시의 한 어린이집(오른쪽) 급식판.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비리를 저지르는 어린이집 원장의 적발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낮은 급식 단가도 문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A씨는 부모들에게 아이 간식을 싸 달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한창 자랄 나이지만 급식량이 부족해 아이들이 점심을 먹고도 배고파하기 때문이다. A씨는 “급식비가 오른다면 쇠고기나 계란 같은 단백질 배식도 늘리고 아이들 간식도 좀 배부르게 먹일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회 예산결산심의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내년도 예산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2년 전과 똑같은 어린이집 급간식비가 이번에는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만 3~5세 어린이집의 1인당 하루 급간식비는 22년 전인 1997년과 똑같은 1,745원으로 고시돼 있다. 이 기준금액은 잠깐 1,500원으로 내렸다 다시 1,745원으로 돌아온 후 11년째 동결 중이다. 반면 서울시 초등학교의 올해 무상급식 단가 중 식재료비는 학생 수에 따라 2,612~3,189원으로 어린이집에 비해 훨씬 높았다. 22년 동안 소비자물가는 1.7배로 올랐다.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돼 됐으나 주로 어린이집 원장의 식재료비나 식재료 자체를 빼돌리는 비리 때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2년 전과 똑 같은 급식비 때문에, 양심적인 어린이집 원장조차 아이들을 제대로 먹일 수 없다는 사실이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 등의 문제제기로 올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단체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생산 친환경 농산물 사용’ 등을 조건으로 일부 급간식비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이 보조금 역시 아예 주지 않는 곳부터 최대 1,190원을 지원하는 곳까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충북 괴산군은 1,190원의 지원금을 주지만 경기 용인, 경북 청도, 경북 고령, 부산 서구 등 75개 지자체(전체 234개 지자체의 32.1%)에서는 추가지원금이 없었다.

급식 단가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청 직장 어린이집(왼쪽)과 서울시의 한 민간 어린이집(오른쪽) 급식판. 서울시 ‘우리동네 어린이집’ 홈페이지에서 캡처

반면 직장에서 급식비 보조를 해 주는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의 경우에는 ‘금식판’이라 불릴 정도로 급식비 단가가 높았다. 서울시청 어린이집은 1일당 6,391원으로 가장 높았고, 경기도청 직영 어린이집은 4,400원, 북부청은 3,200원에 달했다. 반면 지자체 지원금조차 없는 지역의 민간ㆍ가정어린이집은 1,745원으로 하루 식비를 모두 감당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복지부가 결정할 수 있는 0~2세 급간식비는 표준보육비용 조사 결과를 반영해 1,805원으로 올랐지만, ‘누리과정’에 속해 교육부가 예산을 책정하는 3~5세 예산은 동결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유보통합(유치원ㆍ보육 통합)’을 추진하다 중단되면서 현재 만 3~5세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부에서 책정하고 있다. 어린이집 급간식비는 누리과정 예산에 들어간다.

지원금 포함 어린이집 급식 단가 분포. 그래픽=송정근 기자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요구로 국회 예결위에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 예산을 증액하는 안이 상정됐지만 실제로 통과될지는 알 수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와 예결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600원까지 올리는 것을 전제로 총 912억원을 증액하는 안 등 3개 정도의 안이 올라가 있으나 아직 심의 전이라 실제 예산이 증액될지, 얼마나 증액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급간식이 사는 곳에 따라 흙식판이 되기도 하고 금식판이 되기도 한다”며 “정부가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어린이집 급간식 비용을 현실적으로 1.5배 수준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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