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인 국제금융센터는 내년 세계 경제가 상반기에 잠시 회복될 뿐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해 3% 안팎의 저성장에 그칠 거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 반등을 제약하는 주요인은 미중 성장 둔화이며, 내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양국 무역분쟁이 도로 심화하며 성장세를 약화할 거란 예측도 내놨다.
센터는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20년 글로벌 경제ㆍ금융 주요 이슈 및 전망 설명회’를 열고 “미중 경기 부진, 금융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세계 성장률은 올해와 비슷한 3%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세계 경제가 내년에는 회복될 거란 낙관론을 경계했다. 현재 시장에선 선진국은 올해 4분기, 신흥국은 내년 1분기에 각각 바닥을 칠 거란 예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센터는 그러나 내년 글로벌 경기가 상반기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이는 올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임계점에 다다른 미중 무역분쟁의 소강 상태에서 비롯한 것일 뿐 추세적 반등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이 각각 올해보다 낮은 2.1%, 5.8%로 전망되는 점은 특히 악재다. 양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올해 전세계 GDP의 34%를 차지하고 성장기여도는 51%에 이르는 만큼, 미중 경제의 뒷받침 없이는 세계 경제 성장도 요원하다는 것이다.
센터는 지금의 미중 무역분쟁 완화 국면이 일시적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김성택 글로벌경제부장은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무역분쟁이 다시 점화될 것”이라며 “중국도 구조조정을 하면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터라 성장률이 6%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센터는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내년 세계 경제를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금리 기조로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변동성이 큰 사모펀드나 부동산에 투자하다 보니 금융시장이 충격에 취약한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김윤경 자본시장부장은 “거듭된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 여력이 축소된 중앙은행에 기대지 말고 정부가 재정 정책의 역할을 키워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세계 실물ㆍ금융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센터는 기업 신용등급 강등, 미국 대선, 중앙은행 금리 정책과 시장 기대의 괴리, 홍콩 사태 등을 꼽았다. 최성락 종합분석실 전문위원은 “미중 무역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홍콩 시위 격화 등 정치적 불확실성과 포퓰리즘,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한 상황이라, 사소한 사건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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