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net Asian Music Awards(이하 MAMA)’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매 연말마다 국내외 가요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 개최되며 자타공인 국내 대표 연말 가요시상식으로서의 위상을 떨쳐왔던 MAMA건만, 어째 올해는 다음 주 개최 소식조차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을 만큼 조용하다.
매년 시상식 개최를 몇 주 앞두고 취재진을 대상으로 개최, 그 해 시상식의 방향성과 관전 포인트 등을 소개하던 기자간담회는 올해 소리 소문 없이 생략됐다. 올해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엠넷 측 관계자는 본지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내부 상황들 때문에 올해는 간담회를 개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엠넷, 나아가 CJ ENM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7월 ‘프로듀스X101’ 생방송 파이널 무대 당시 제기된 대국민 유료 문자 투표 조작 의혹이 이른바 ‘조작 논란’으로 확대된 지 4개월 째,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의 구속으로 ‘프듀’ 제작진의 전 시즌 조작 가담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경찰이 수사 대상을 CJ ENM 윗선으로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오디션 예능 조작’에 분노한 여론의 후폭풍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 MAMA 개최지에 등돌린 민심 역시 엠넷에겐 예기치 못한 ‘악재’였다. 지난 9월 엠넷은 MAMA 개최일 확정 공지와 함께 올해 개최지를 발표했다. 공개와 동시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올해 MAMA 개최지는 일본 나고야였다.
역대 최대 규모의 돔 공연을 통한 아시아 최고 음악 시상식으로서의 위상 각인에 대한 의지를 전했지만, 지난 7월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반발의 일환으로 경제보복에 나선 이후 국내에 ‘일본 불매운동’ 흐름이 이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은 환영 받지 못했다.
엠넷 측은 당시 본지에 “올해 MAMA 개최지를 놓고 많은 논의를 거쳐왔고, 시국을 고려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내 장소들 역시 고려했다. 하지만 여러 외부 환경들을 종합적으로 두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나고야가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차가웠고, 여러 가지 악조건 속 올해 MAMA는 개최 일주일 전까지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 까. 전년들에 비해 썰렁한 국내 반응에 MAMA를 향한 해외 K팝 팬들의 반응은 올해도 뜨거웠다. 총 3차로 나눠 진행된 MAMA 입장권 판매는 이미 매진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착순 판매가 아닌 추첨제를 통해 당첨자들만 표를 구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예매가 진행됐음에도 좌석 수를 훨씬 웃도는 수의 인원이 표를 구하기 위해 몰려들며 완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MAMA의 원만한 진행을 이끌어 갈 근간이 돼 줄 광고 역시 다양한 악조건 속에서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 측 관계자는 “(광고 등에 대한) 타격은 크게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타이틀 스폰서 역시 큰 차질 없이 유치했으며, 다른 스폰서들 역시 전년도에 비해 줄거나 큰 변동이 생기지 않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출연 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연말 시상식 대어’ 방탄소년단부터 트와이스, 세븐틴, 갓세븐, 몬스타엑스, 마마무를 비롯해 팝스타 두아 리파(Dua Lipa)까지 출연을 예고하며 여느 때 못지않은 핫 한 라인업도 큰 잡음 없이 완성됐다. 해당 관계자는 이들의 섭외에 대해 “결과적으로 저희가 모시고 싶었던 올 한 해 큰 활약을 보여주셨던 가수 분들은 대부분 큰 무리 없이 모시게 된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며 “올해 역시 공연의 퀄리티는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악재를 딛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절치부심하던 MAMA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앞서 1차 라인업 공개 이후 일본 예매 사이트에는 아이즈원 역시 출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프듀’ 시리즈 조작 파문 여파로 지난 26일 엠넷 측은 “올해 MAMA에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출연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결과적으로 아이즈원의 출연 소식에 티켓을 예매했던 팬들의 경우, 티켓을 구했어도 정작 무대에서 아이즈원은 볼 수 없게 됐다. 지정석 가격은 2만 2,000엔(한화 약 23만원), 체감석 가격은 2만 1,000엔(한화 약 22만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을 지불한 상황에서, 팬들의 불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엠넷 측은 어떤 보상을 계획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이 같은 상황에 처한 팬들이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엠넷 측 관계자는 본지에 “굉장히 죄송한 말씀이지만, 티켓 구매 당시 사전 공지사항에 출연자 변동에 따른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사항이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죄송하게도 출연진 변동의 이유로 규정상 환불이나 여타의 보상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어떤 것 하나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악재를 딛고 시상식을 이끌어 나가려 하면 또 다른 악조건이 덮치는 정국이다. 그럼에도 엠넷 측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MAMA를 예년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의 공연과 함께 마무리하며 아시를 대표하는 K팝 대표 시상식으로서의 명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엠넷 관계자는 “현재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1년을 마무리 하는 행사인 만큼 남은 기간 준비를 착실히 해서 팬들에게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전해 드리겠다”며 “또 올해 공연은 돔에서 최초로 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총 4만 여 관객과 함께 할 것으로 예상되고, 무대 역시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게 걸맞게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좋은 공연으로 국내 팬들과 해외 팬들에게 ‘역시 MAMA가 퀄리티는 최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과연 2019 MAMA가 역대급 위기 속 ‘명불허전’의 무대로 체면을 살릴 수 있을지, 얼마 남지 않은 결전의 날에 더욱 궁금증이 모인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