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전화 통화를 갖고 한반도 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지난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러시아 방문 이후 이뤄진 것으로, 중단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측 입장이 공유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26일(현지시간) 언론보도문을 통해 “미국 측 요청으로 모르굴로프 차관과 비건 특별대표 간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ㆍ외교적 해결 과정에 대한 현황과 전망이 논의됐다”며 “이 방향에서의 조속한 진전 달성을 위해 모든 관련국의 노력 조율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통화 내용을 간략히 전했다.
하지만 시점상 모르굴로프 차관이 비건 대표에게 최 제1부상의 러시아 방문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의 공조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측에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 제시”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 정부에 관련 배경과 의도를 설명했을지 여부에 시선이 모인다.
지난 20일 북러 전략대화 참석을 이유로 러시아를 찾은 최 제1부상은 사흘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비롯한 외무부 고위 인사들은 물론,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대장)과도 면담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또 지난 22일에는 모르굴로프 차관과의 회담 직후 취재진에게 “미국으로부터 받아낸 것은 배신감 뿐”이라며 “조선반도에서 외교 기회가 사라진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대미 경고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북미협상이 또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국은 각자의 요구 조건만 내세우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미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비건 대표는 지난 20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최 제1부상을 “나와 협상할 사람”이라고 지목했지만 최 제1부상은 “협상 대표는 각기 그 나라에서 지명하는 것”이라고 회동 가능성을 부인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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