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세균 포천편백나무농원 대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 않겠는가.”
경기북부지역에서 처음으로 편백나무 재배에 도전해 성공한 우세균(71) ‘포천편백나무농원’ 대표가 평소 되뇌였던 말이다. 그는 실패를 겪을 때마다 이 말을 생각하며 흔들리는 싶은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25일 우 대표를 만난 포천 화현면 운악산 인근 등 3개 농장 6만6,000여㎡(2만평)엔 편백나무 묘목 수만 그루가 푸른 잎을 드러내며 잘 자라고 있었다. 묘목은 연생에 따라 갓 싹을 틔운 것부터 어른 키를 훌쩍 넘긴 7년생까지 다양했다.
한눈에 봐도 묘목재배는 성공적이었다. 그가 편백나무 불모지인 경기북부에 터를 잡아 처음 씨를 뿌린 건 2010년쯤이다.
당시 주변에선 “다 죽을 것”이라며 그의 도전을 만류했다고 한다. 실제로 경기북부지역은 지리적으로 산림청이 권장하는 팬백나무 수목한계선(수목의 생존 한계선)을 벗어난 곳이다. 상대적으로 추운 기온과 강한 바람 등 기후 탓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북부에서 편백나무는 이식조차 실패 확률이 높다. 우 대표도 “처음 나무 10만 그루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의 씨를 뿌렸는데, 5그루만 살아남았다”고 실패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이후 나무의 내한성(추위를 견뎌 내는 능력)에 주목했다. 먼저 토질 개선에 힘을 썼다. 2~3년간 농장에 소먹이로 쓰이는 수단그라스를 심어 다 자라면 잘게 갈아 토양에 영양분으로 공급했다. 싹이 올라오면 겨울철엔 햇빛을 차단했다. 북부지역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였다.
이런 노력 끝에 2015년 4년생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은 묘목도 3년 넘게 잘 자랐다. 3년간의 숱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딛고 일군 결실이었다. 지금은 씨를 뿌려 4년생 이상으로 자라는 생장률이 80%에 달한다.
우 대표는 “처음 도전하는 일이다 보니, 참고할 만한 것도, 선례도 없어 너무 힘들었다”며 “그 과정을 다 이겨냈기에 더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해 4월부터는 편백나무 묘목 200만주를 처음으로 출하하며 상업화에도 나섰다. 묘목은 공원이나 정원, 가로수용으로도 심어졌다. 편백나무 재배에 도전장을 던진 지 9년만의 결실이다.
경기도와 양묘협회 경기도지부에 따르면 북부지역에서 씨를 뿌려 편백나무 재배에 성공하기는 우 대표가 최초다. 양묘장이 아닌 일반 노지에서 재배에 성공한 사례 역시 경기도에서 처음이다. 도내에 작은 규모로 편백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 이식을 통해 가꾼 곳이다.
우 대표는 국내 산림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간의 재배 기술 등을 체계화해 학계나 관련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다. 본인은 힘든 길을 걸었지만, 후배 들은 좀 더 편안하게 그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많은 사람들이 좀 더 가까운 곳에서 편백나무 숲의 효능을 체험했으면 하는 마음도 드러냈다. 우 대표는 “경기도에서도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많은 사람들이 편백나무 숲에서 피톤치드를 마시며 휴식도 취하고 치유도 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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