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는 27일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한일 간 수출 관리를 둘러싼 정책 당국 대화 재개와 관련해 “이제는 대화의 시간이다. 이제부터 양국 정부는 현안의 본격적인 해결을 향해 더욱 진지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이날 일본 도쿄(東京)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지지(時事)통신 계열인 내외정세조사회 주최간담회에 참석해 “당국 간 협의의 축적을 통해 12월 말 중국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돼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일 갈등의 원인인 강제동원 배상문제를 의식한 듯 “양국 간 과거사는 바꿀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서 정부의 조치나 법원의 판결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분명한 것은 인식 차가 있는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 전반을 흔들게 해서는 안 되며, 대화와 소통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차분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일 기본조약과 한일 청구권 협정은 양국관계의 기본 틀로 준수하면서 양국 간 다른 시각과 견해 차에 대해선 존중하면서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강제동원 배상문제도 양측 간 입장 차이를 존중하면서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양국 국민이 상호 인식과 우호적인 감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민간 차원의 교류 정상화를 위한 노력과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 교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 대사는 과거사 문제가 양국 간 정치, 외교적인 문제로 반복되는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일본 내 중요 위치에 있는 일부 정치인이 역대 일본 정부가 표명했던 공식 입장과 다른 입장을 표명하거나, 언행 등을 통해 한국에 상처를 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1993년),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1995년), 김대중ㆍ오부치(小渕) 선언(1998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한 간 나오토(菅直人) 담화(2010년) 등 과거사가 양국 간 협력의 자산이었던 사례를 열거했다.
또 “과거사와 관련해 불법ㆍ위법한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한 개인 차원의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원폭,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거론하고 “이런 문제들이 양국 관계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전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했다.
남 대사는 강연 후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에서도 강제동원 배상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양보나 타협하는 게 아니라 양측을 만족시키면서 양측 입장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외교는 ’51 대 49’를 만들어 양측이 각각 자신이 51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양국에서 그간 ‘상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고,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도 양국에서 ‘이럴 거면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강했다”면서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과 정부 간 협의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양국 국민도 ‘잘 지내는 게 서로 좋다’는 쪽으로 미묘하게 변동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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