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공공기관 단지서 동물학대
최근 9개월간 10여마리 당해
경기 수원시에서 학대당한 길고양이 사체가 잇달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동일범의 연쇄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길고양이 사체는 지난 22일 새벽 3시쯤 수원 조원동 경기도교육연구원 내에서 유기묘를 돌보던 한 동물보호 활동가가 발견했다. 이 활동가는 “새벽 1시 30분쯤 밥그릇에 사료를 채워준 뒤 다시 가보니 밥그릇 옆에 보란 듯이 고양이 사체가 놓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을 향한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7일에도 연구원 인근 주택가에서 학대받은 흔적이 분명한 길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이 지역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지난 2월 이후 이 지역에서 학대 흔적이 엿보이는 길고양이만도 10여마리에 이른다고 입을 모았다. 흉기로 눈동자 등을 훼손하거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학대했음이 분명해 보이는 고양이들이다. 경찰은 고양이 사체를 경북 김천의 농림축산검역본부로 보내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이 일대 폐쇄회로(CC)TV 화면이나 자동차에 부착된 블랙박스 영상 등을 입수, 분석 중이다.
경찰과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최근 수원시가 추진하던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이 반발에 밀려 무산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캣맘 활동에 불만은 품은 사람의 소행 아니냐는 것이다. 한 활동가는 “캣맘이 마련해둔 사료 그릇이 있는데도 사고를 일으키기 위해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변에다 사료를 미끼처럼 흘려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 연쇄 살해범이 붙잡힌다 해도 강력한 처벌은 어렵다. 지난 21일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범’에게 서울서부지법이 이례적으로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했지만, 이 판결은 예외적 사례다. 법무법인 율담의 권유림 변호사는 “살해당한 고양이가 인근 식당 주인의 고양이어서 동물보호법 외에도 재물손괴죄 등이 함께 적용돼 실형이 선고됐다”며 “다른 사람의 재물이 아닌 길고양이는 그 정도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동물의 존엄을 인정해주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동물권 보호를 규정한 민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2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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