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프리롤서 왼쪽 측면 윙어로
많은 활동량ㆍ수비가담 요구
스피드 살린 역습 땐 신뢰 여전
조제 무리뉴 감독의 달라진 토트넘이 쾌조의 2연승을 달렸다. 리그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했다. 델레 알리(23)와 세르지 오리에(27)의 중용이 눈에 띄는 가운데, 손흥민(27) 활용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토트넘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올림피아코스와의 2019~20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5차전에서 전반전에만 두 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지만 이후 4골을 몰아치며 4-2 역전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후반 28분 헤딩으로 오리에의 역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손흥민의 시즌 전체 공격 포인트는 15개(EPL 4골5도움ㆍ챔피언스리그 5골1도움)로 늘었다.
홈 팬들 앞에서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무리뉴 감독의 전술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핵심 자원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지만, 활용법에서의 변화가 눈에 띈다. 마우리시노 포체티노 전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은 해리 케인(26)과 사실상 투톱으로 뛰며 좌우를 종횡무진 누비는 ‘프리롤’ 역할을 맡았다. 책임은 컸지만, 스스로 득점 찬스를 만들거나 직접 골을 넣는 등 팀의 에이스로서 많은 공격포인트를 적립했다.
반면 무리뉴 감독의 토트넘은 중앙의 알리에 방점이 찍혀있다. 해리 윙크스(23)와 에릭 다이어(25)가 후방을 맡고, 알리가 미드필드 정삼각형의 꼭짓점에서 공격을 진두지휘 한다. 자연스레 손흥민의 활동 반경은 왼쪽 측면으로만 제한된다.
여기에 오른쪽 공격에 힘을 싣는 비대칭 전술을 활용, 손흥민에게 수비 가담을 비롯해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고 있다. 손흥민을 페널티박스 주변이 아닌 왼쪽 사이드라인을 따라 뛰는 전형적인 ‘윙어’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해결사 역할을 케인과 알리 등에 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피드가 중요한 역습 찬스에서는 손흥민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 무리뉴 감독은 왼쪽 윙백 벤 데이비스에게는 빌드업과 수비를, 오른쪽 윙백 오리에에게는 활발한 오버래핑을 주문했다. 루카스 모우라(27)-오리에의 공격적인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상대 수비 대형이 오른쪽으로 쏠리는 효과를 활용, 역습 때 텅 빈 왼쪽 공간에서 손흥민의 공격력을 배가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흥민이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서도 위력적인 모습을 유지하려면 전후반 90분을 연속해서 뛸 수 있는 체력 보강이 필수다. 핵심 선수들은 교체 없이 뛰게 하는 무리뉴 감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후반 교체를 통해 손흥민의 체력을 관리해준 포체티노 전 감독과는 다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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