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인 기타연주 5년 전 시작해 이제는 시민들이 ‘앙코르’
“공보담당은 시정 홍보업무 이외에도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문화를 제공하면서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재경(51) 경주시청 공보전산과 공보담당은 독학으로 익힌 통기타만 들면 하루가 유쾌하다.
‘공무원’이란 직업은 무뚝뚝하고 경직된 인상이 선입견으로 우선 떠오르기 십상이다. 30년 가까이 공직생활에 몸 담은 공 담당은 5년 전 우연한 기회에 기타를 치기 시작하면서 공무원 티를 벗었다.
시청 내 통기타동아리 회원인 그는 매주 금요일 퇴근 후 두 시간씩 회원들과 시청휴게실에서 틈틈이 연습하고 있다. 이제는 기성가수 못지 않은 연주실력으로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장에 회원들과 함께 가서 버스킹 공연까지 뽐내고 있다.
22살이란 이른 나이에 공직에 첫발을 디딘 공 담당은 그 동안 읍면동을 비롯해 시청 각 부서를 두루 섭렵하면서 공직자로서의 잔뼈를 키웠다. 바쁜 업무에 묻혀서 젊은 시절 취미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컸다.
그는 “어린시절 ‘7080 쎄시봉’의 통기타 연주에 매료된 적이 있어서 통기타를 제대로 한번 연주해 보는 게 평생 간직한 꿈이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5년전 친구에게 통기타를 선물 받으며 기타 인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말이면 집에 틀어박혀 하루종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날 만큼 기타만 친 날도 많았다”고 한다. 기타를 가르쳐 줄 사람이 없는 그에게 인터넷은 최고의 스승이었다.
업무의 특성상 많은 언론인들과 만나고 시정홍보를 보다 폭넓게 전달하려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았다.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거리를 생산해 내야 하는 공보계는 말 그대로 공무원 세계에서도 기피 부서로 통한다.
지난해 겨울 공보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풀던 그가 술잔 대신 기타를 손에 잡으면서 인생관이 바뀌었다. 통기타와 함께 흥을 나눌 수 있는 7명의 직장 통기타 동호회들이 ‘비타민’ 이었다.
지난 9월 경주신라문화제에서는 공재경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단독 버스킹에 성공하면서 재능기부의 의미도 알았다. 수백 명의 관람객 앞에서 틈틈이 준비한 8곡의 노래를 기타를 치면서 불러 급기야 수 차례의 ‘앙코르’까지 받았다.
공 담당은 앞으로 통기타 회원들을 더 모을 생각이다. 그는 “공직자들이 퇴근 후 버릇처럼 즐기던 음주 문화에서 벗어나 건전한 연주문화 확산과 재능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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