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지방선거 낙선 배경에 조국 개입 의혹 제기
“조국과 문 대통령, 현 시장과 막역해”
공수처 두고 “여권 비리는 덮고 야권만 캘 것”
자유한국당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7일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했다”며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국면에서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김 전 시장 측근 관련 첩보를 받아 김 전 시장을 표적수사한 정황이 있다는 이날 일부 언론 보도를 거론하면서다.
김 전 시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작태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인 신성한 선거를 짓밟은 중대범죄로서 끝까지 추궁해 일벌백계해야 마땅한 의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찰이 김 전 시장의 당선을 저지하려고 표적수사를 벌였으며, 강제수사 개시 단서가 된 관련 첩보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건넸다는 의혹 관련 사건을 울산지검으로부터 최근 이첩 받아 수사 중이다. 당시 사건 지휘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이 했으며,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김 전 시장은 “게임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심판이 한쪽 편을 들어 선수로 뛰면서 편파적으로 진행하는 파렴치한 행위는 불공정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황 청장이 최근 여당 후보로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며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실도 들면서 “황씨가 드디어 시커먼 속내를 드러냈다”며 “출세를 위해 관권을 악용한 정치공작수사를 벌였던 추악한 의혹의 진상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황 청장의 ‘든든한 배경’으로 조국 전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하기도 했다. 자신을 누르고 당선된 송철호 현 울산시장이 2014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울산 남구을)에 나섰을 때 조 전 장관이 송 시장의 후원회장을 맡았고, 유세현장에도 토크콘서트도 열었다고 부연했다. 당시 현역 의원이던 문 대통령도 ‘바보 노무현보다 백배 더한 바보 송철호’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고 송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장은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희대의 선거 사기 행각”이라며 “황운하씨와 담당 경찰관은 민간인 신분이 아니라 수사권이라는 독점적 공권력을 위임 받은 공직자이므로 그 죄질이 훨씬 무겁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두고 “여권 고위인사의 죄는 덮어버리고, 저 같은 야권 인사에게는 없는 죄도 덮어씌우려는 음흉한 계략이 숨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청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시장 겨냥 수사 첩보 입수와 관련해 “울산 경찰은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하달 받았을 뿐”이라며 “그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첩보의 생산경위가 어떠한지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달된 첩보 내용은 김 전 시장 비서실장의 각종 토착비리에 관한 첩보”라며 “여러 첩보 중 내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만 절차대로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를 진행했고, 기소하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울산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이첩된 데 대해선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환영한다”며 “언제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이 사실상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자로 확정된 지난해 3월 13일 울산시청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박모씨가 김 전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레미콘 업자가 납품할 수 있도록 아파트 건설업체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였다. 아울러 경찰은 2013년 김 전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 ‘쪼개기 후원금’ 받았다는 의혹과 김 전 시장 동생의 울산 북구아파트 건설 관련 불법계약 개입 의혹도 겨냥했다.
하지만 검찰은 올 3월 김 전 시장 비서실장 등을 ‘혐의 없음’ 처분하면서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증거부족으로 무죄 선고가 뻔한데 경찰이 기소 의견을 고집했다”며 매우 이례적으로 경찰 수사를 정면 비판했다. 경찰의 묘한 압수수색 타이밍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사실상 선거 개입을 위한 경찰 수사라는 의심도 결정문 곳곳에 드러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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