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개봉, 엘사 드레스 인기몰이에 부모 속앓이
정품부터 짝퉁까지 1만~20만원대…관련 상품도 수만 개
미국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가 돌아왔습니다. 전편 겨울왕국 이후 5년 만에 개봉한 ‘겨울왕국2’가 개봉한 지 6일 만인 26일 500만 관객을 돌파, 이미 흥행 돌풍이 시작된 분위기입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새로운 이야기와 등장 인물, OST도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의 관심사는 주인공 엘사의 드레스에 쏠려있습니다. 엘사 드레스 품귀 현상까지 빚었던 5년 전 겨울왕국 개봉 당시 직ㆍ간접적 경험 때문이죠.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도 “엘사처럼 입고 싶다”고 투정 부리는 아이를 보면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속앓이가 시작된 겁니다.
27일 온라인 맘카페 등에 따르면 4~10세 여자 어린이들 사이에서 엘사 패션으로 극장을 찾는 게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실제 영화관에 가면 엘사와 비슷한 하늘색 의류나 아동 원피스, 망토, 왕관 등을 갖춰 입고 영화관을 찾은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겨울왕국2 관련 기사 댓글에는 “보자마자 드레스 사달라고 할까 봐 영화관 가기가 무섭다”(tr****), “극장을 갔는데 나만 드레스가 없다며 아이가 울었다”(yu****) 등 드레스와 관련한 댓글이 잇따라 달리고 있죠.
엘사 드레스가 여아 사이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하면서 부모들의 마음도 바빠졌습니다. 맘카페에서는 개봉 전부터 드레스 구매 후기와 판매 사이트 정보 등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됐죠. 6세 딸을 둔 김지연(36)씨는 “주변에 이미 드레스를 구비한 학부모들이 많다”며 “아직 구매를 못해 영화 관람을 미루고 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품귀 현상을 빚거나 웃돈을 얹어 거래될 수 있어서 그 전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겨울왕국1 상영 당시 미국에서는 정품 엘사 드레스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일찍 품귀 현상을 빚었습니다. 당시 인터넷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판매 가격이 최초 187달러(약20만원)로 시작해 최고 1,600달러(약166만원)에 거래돼 ‘미국판 등골 브레이커(고가의 제품을 요구하는 자식 때문에 부모의 허리가 휜다는 뜻)’라는 말까지 나왔죠.
물론 엘사 드레스는 디즈니로부터 인증을 받은 정품도 있지만 짝퉁 상품도 나오는 등 버전이 다양합니다. 저렴하게는 1만원 대에서 비싸게는 20만원대까지 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정품 가격이 부담되는 부모들은 저렴한 복제품을 사거나 직접 바느질해 드레스를 제작하기도 합니다. 유튜브 등에서 ‘엘사 드레스 만드는 법’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한 맘카페 회원(리****)은 “여자 아이라면 누구나 거쳐간다는 엘사병이 시작된 것 같은데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자주 입지도 않는 드레스를 사는 게 부담이라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드레스를 구비했다고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엘사의 인기가 드레스부터 인형·시계·구두·목걸이 등 액세서리 용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죠. 온라인몰이나 대형마트에서도 겨울왕국 특수를 노리고 때맞춰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온라인몰 옥션에서는 27일 기준 엘사 관련용품만 4만여개가 검색됩니다. 유아ㆍ아동의류와 잡화류가 각각 3,000여개와 6,000여개, 장난감 및 완구 7,000여개, 도서와 음반 등이 2,000여개에 달해요. G마켓에서도 같은 날 기준 ‘겨울왕국’, ‘엘사’로 검색할 경우 각각 4만1,000여개, 1만3,000여개의 상품이 나옵니다. 엘사에 열광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딸바보 부모들의 긴장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습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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