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시콜콜 What] 영화 '블랙머니’ 속 론스타 사건이 뭐길래?

입력
2019.11.28 08:30
수정
2019.11.28 15:15
0 0

블랙머니 개봉 후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ㆍ매각 재조명

‘헐값 매각에 먹튀’ 논란 미제 사건 법적 공방 중

영화 '블랙머니' 촬영 현장
영화 '블랙머니' 촬영 현장

※스포일러를 조심하세요! 영화 ‘블랙머니’의 줄거리를 아예 모르는 상태로 관람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지금 ‘뒤로 가기’를 눌러주시면 됩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 이 영화에는 완전히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기관 이름은 바뀌었지만, 주요 내용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 때문이죠. 물론 영화 내용이 과장됐고 일방적이라는 비판도 있기는 하지만요.

영화 블랙머니에 등장하는 돈의 규모와 파장은 남다릅니다. 4조 6,000억원. 주체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대상은 외환은행입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 3,834억원에 사들였다가 2007년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 9,376억원짜리 매각 계약을 맺습니다. 실제로 론스타가 금융위원회로부터 매각 승인을 받은 건 2012년 1월입니다. 매각 승인 문제로 HSBC와의 계약은 어긋나게 되고, 외환은행은 결국 하나은행에 매각되죠.

이 과정에서 론스타가 챙긴 4조 6,000억원을 두고 공방이 이어지는 겁니다. 블랙머니란 쉽게 말해 검은돈,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득을 뜻합니다. 탈세나 횡령 등을 통해 얻는 돈 말이에요. 영화는 은행 매각 인수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반론도 존재하고, 현재 법적 공방도 진행 중이죠.

사연은 이래요. 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어려워진 외환은행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은행이기 때문에 원래는 금융회사만 대주주가 될 수 있지만, 부실은행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부실은행의 경우 사모펀드도 인수할 수 있었죠.

그런데 외환은행이 부실은행이 된 데에는 의도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있습니다. 외환은행이 내부 이사회에 보고한 ‘BIS 자기자본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에 따른 각 은행의 자기자본비율)과 달리 금융감독원에 보고할 때는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인수 자격을 얻게 됐다는 거죠. 물론 이를 두고 금감원 관계자는 “사건 당시 외환은행이 금감원에 팩스로 보고한 BIS 비율은 합리적 근거에 기반해 산출된 추산치였는데, 실제로 외환은행의 BIS 비율이 악화되고 있어 매각이 시급했던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바로보기)

확인되지 않았지만 논란이 일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론스타를 인수하고 매각하는 배경에 한국인이 연루돼 있다는, 일명 ‘검은 머리 외국인’ 의혹이에요. 이 한국인이 경제관료의 친인척이 아니냐는 의문도 꼬리를 뭅니다. 그러나 명확히 드러난 건 없습니다. 조세회피처를 거친 돈이어서 추적이 불가능한 점도 있고요. 검찰 수사에서도 관련 정황이 드러난 바가 없고, 이 수사가 의도적으로 무마됐다는 의혹에도 근거는 없습니다.

영화가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면서 시민단체들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어요. 참여연대ㆍ금융정의연대 등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지난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 경영진을 소환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요구했어요.

영화 '블랙머니' 촬영 현장
영화 '블랙머니' 촬영 현장

11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지나면 영화는 끝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론스타가 지난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ㆍ국가 소송(ISD)’ 결과가 ‘현실판 엔딩’인 셈인데요. 만약 한국이 패소한다면 약 5조원을 우리 세금으로 론스타에 물어줄지도 모릅니다. 쟁점은 우리 정부의 책임 여부입니다. 론스타의 주장은 “한국 정부가 고의로 시간을 끌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한국 정부는 “론스타의 불법 행위로 절차가 지연됐을 뿐”이라고 받아치는 상황이에요.

실낱 같은 희망도 있어요. 론스타가 지난 2016년 8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에서 금융당국을 빙자하면서 매각 가격을 낮췄다”며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소송을 걸었지만, 지난해 5월 패소했습니다. 판정부는 “론스타는 피고(하나금융)의 기망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가격 인하가 없으면 당국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며 “피고는 계약에서 요구한 바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며 론스타와 충분히 협력ㆍ협의했으므로 계약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어요.

반면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있어요. 정부는 론스타 먹튀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난 2008년 론스타에 약 1,733억원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론스타는 이에 불응하고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지난해 대법원은 법인세 과세 근거인 론스타의 고정사업장이 국내에 없고 미국에 있었다는 론스타 측 추장을 받아들여 정부가 완패한 겁니다. 무려 9년에 걸친 세금 전쟁의 패배 영향이 5조원짜리 ISD 소송에도 미칠까 우려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결론은 언제 나냐고요? 중재재판부는 조만간 공식 논의를 재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론스타가 패소한 하나금융지주 판정문을 증거로 채택할지 말지를 검토하는 회의가 열린다는 건데요. 증거문이 채택될지, 채택되는 게 한국에 유리할지는 아무도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요. ‘블랙머니’를 둘러싼 논란, 어떤 반전이 있을지, 아무래도 계속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