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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선거 참패에도 “시위대 요구 수용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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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선거 참패에도 “시위대 요구 수용 못한다”

입력
2019.11.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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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신임 투표 아니고, 구의원 선거… 中 중앙정부, 내게 책임 묻지 않아”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26일 홍콩에서 주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26일 홍콩에서 주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지난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가 ‘범민주진영 압승, 친중(親中)진영 참패’로 귀결됐는데도 불구,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26일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번 선거 결과를 ‘홍콩 정부 불신임’이라는 민심의 표출로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캐리 람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지시를 받았나’라는 질문에 “그런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구의원’을 뽑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홍콩 정부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묻는 선거였다’는 해석도 부정했다.

람 장관은 친중국 진영 후보들의 득표율 총합이 41%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는 (시위대의) 폭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며 “이번 선거는 1만 가지의 어려움을 이겨 내면서 치러졌고, 모든 과정이 질서 있게 진행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람 장관은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과 관련, 종전과 같이 거부 의사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홍콩 시위대는 그동안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ㆍ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을 요구해 왔다.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는 이미 수용했고, 이를 제외한 다른 요구들에 대해선 정부의 입장을 이미 분명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향후에라도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불만을 받아들이며, 다시 시민들과 공개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고 했으나, “다만 환경이 허락할 때에만 그리 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홍콩이공대 안에 남아 있는 시위대에 대해선 “대학 당국이 교내에서 시위대를 찾아내 설득하기 전까진 체포 작전을 전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협상가와 의료진, 심리치료사 등으로 이뤄진 팀을 준비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현재 이공대 내에 남아 있는 시위대 30여명은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 탓에 거식증, 언어장애, 대인기피증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공대의 교수들과 의료진이 교내 곳곳을 수색한 결과, 단 한 명의 시위자만 찾아냈다면서 “18살 이상 여성으로 알려진 시위자는 의식이 불안정한 탈진 상태”라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열흘째 이 대학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상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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