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공효진은 어느 배우와 붙여놔도 환상적 호흡을 보여주는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는 그 정점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박한 매력으로 똘똘 뭉친 강하늘과 함께 웃음과 눈물을 빚어내며 감동을 쌓아 올렸다.
최근 공효진을 만나 '남자주인공과의 케미 비결'을 물었다. 그는 "상대와 반드시 친해지고 작품을 시작하지는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데면데면한 사이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성향이 다르단 걸 느끼는 상대도 있었고, 단짝친구처럼 잘 맞는 친구도 있었죠. 관계의 깊이는 관련이 없었어요. 케미를 보여주는 거에 있어서는. 서로 호흡할 때 화음을 잘 넣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마도 저는 화음을 잘 넣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어요."
잠시 생각에 잠긴 공효진은 "준비를 철저하게 안 해가서 그럴 수도 있다"며 웃었다.
"저는 누가 어떻게 (연기를) 줘도 당황하거나 '이거 아닌데' 하는 반감이 들지 않아요. 그걸 정확히 계산하고 준비하고 상상을 아주 많이 하는 배우들은 스스로 상상한 게 아닌 대사를 들었을 때 놀라거나, 본인이 준비한 걸 새롭게 다시 부수고 쌓기에 시간이 필요한 분도 있거든요. 저는 좀 주먹구구식이라서 정확하게 결정 안 하고 현장에 가서 해요. 조금 어릴 때부터 임기응변에 강한 편이었어요. 하하."
공효진은 신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대본을 준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저 하는 얘기와 전달해야 하는 내용 정도를 알고 현장에 간다.
"막상 현장에 가면 생각보다 신이 경쾌할 때도 있고 무거울 때도 있죠. 많은 사람들이 결정한 걸 갖고 상의해서 신이 만들어지는데 제가 미리 그걸 결정하고 가지 않아요. 그래서인 거 같아요. 전 (연기) 경험이 없을 때도 그랬어요. 누가 어떻게 해도 상관없었죠. 그냥 까탈스러운 타입이 아니에요. 꼭 이거여야만 하는 고집스러운 타입도 아니고요."
그는 케미스트리에 남다른 비결이 있는 건 아니고, 굳이 꼽자면 '경청'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가 외운 게 항상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슛을 들어가요. 그러면 상대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하거든요. 내 대사가 생각나려면 상대 얘기를 경청해야 해요. 대사가 없어도 리액션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진짜 대화하거나 웃거나 슬퍼하거나 그렇게 비춰지는 게 아닐까 싶네요."
이번에 함께 호흡을 맞춘 강하늘에 대해선 '지겹도록 미담 자판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미담을 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스타일인 거 같아요. 지겨워요.(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 없었죠. 모든 스태프들에게 다 일일이 인사를 해요. 언제까지 저런가 보자 했는데 끝까지 하더라고요. 제가 결국엔 인사를 못하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어요. 하늘이에게 하려면 저는 기다려야 하거든요. 그럼 전 인사를 스킵하고 스태프들과 인사하고 갔죠. 어쩜 그리 계속 웃고 있나 모르겠어요. 참 밝은 애 같아요. 용식이 그대로인 거 같고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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