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전쟁을 한다면 최대 1억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전기 작가인 더그 웨드는 26일(현지시간) 발간된 ‘트럼프의 백악관 안에서(Inside Trump's White House)’에서 이같이 밝혔다.
웨드는 “북한과 전쟁을 했다면 3,000만명에서 1억명의 사람이 죽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고, 그가 전쟁 사망자를 10만~20만명으로 예측한 전문가들의 말을 언급하면서 “그건 한국에서 작은 마을의 인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도 서울이 국경 바로 근처에 있고 인구가 3,000만명이나 된다”면서 “대포 1만개를 갖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역사상 가장 커다란 재앙 중 하나를 일으키는 데 핵무기조차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케미스트리(궁합)’를 공공연히 자랑했다. ‘화염과 분노’ 등 임기 초 김 위원장과 거친 설전을 주고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내 발언이) 그렇게 거칠지 않았다면 뭔가가 즉각 일어났을지 모른다”고 전제한 뒤 “이제 우리는 훌륭한 관계가 됐다”며 북미 비핵화 협상을 주요 치적으로 꼽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웨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면서 “어느 시점에 우리는 둘 다 이것(핵 협상)이 결실을 보기를 원한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들을 보여줬다고도 웨드는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이라며 보여 준 한 편지는 백악관 참모들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저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 새 미래를 여는 데 목표를 둔 저와 대통령 각하의 강한 의지, 진실한 노력, 그리고 독창적인 접근법이 틀림없이 열매를 맺을 것으로 굳건히 믿습니다"라는 한국전쟁 종전을 목표로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웨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료됐고, 그를 세계 역사의 무대에서 독창적인 인물로 보고 있으며, 그와 함께 역사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친서를 본 소감을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 동맹들에 대해선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고 웨드는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수십억 달러어치의 미사일을 사서는 우리의 부자 동맹들에 줘버린다"며 "난 '왜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하는 거지'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어 "나는 '그들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를 벗겨 먹는다(They are ripping us off)'고 말하겠다"면서 "가장 나쁜 대목은 우리를 가장 나쁘게 대하는 이들이 바로 우리의 동맹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라고 또박또박 힘줘 말했다고 웨드는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에 대해 들어보지 않았나"라며 "우리는 너무 많이 준다. 그런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심지어 유엔에서 표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비난했다고 웨드는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방위비 분담금을 겨냥해 "우리가 한국에 4만5,000명의 군인을 상시로 주둔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며 "한국을 방어하는 데 한해 45억달러를 쓰는데 정말 많은 돈"이라고 주장한 내용 등이 책에 담겼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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