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소고기는 육질에 따라 5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좋은 1++ 등급부터 1+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의 순서로 내려간다. 2004년 이래 지금까지 육질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마블링(marbling)’이었다. 마블링은 소고기 근내지방도, 또는 붉은 살코기에 섞인 하얀 지방의 분포 양상을 말한다. 그 모양이 대리석 문양을 닮아 용어도 그렇게 정착됐다. 소의 갈비 바깥 부위와 척추 사이에 붙어 있는 살코기인 ‘배최장근’의 마블링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다.
□ 물론 살코기와 지방질의 색, 조직의 탄력 등도 등급에 반영된다. 하지만 먼저 마블링 정도로 예비등급을 정한 뒤, 다른 요소들을 반영해 최종등급을 매기는 식이기 때문에 마블링이 가장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마블링을 중요시 해 온 건 마블링이 적절하게 좋을수록 육질이 부드럽고 풍미가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적절하게 좋다’는 건 소비자 입맛과 선호도를 감안해 정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방 함량 17~19%를 1++ 등급 기준으로 정해 온 반면, 일본은 지방 함량이 훨씬 높은 22.5~31.7%를 최상급 고기로 친다.
□ 그런데 근년 들어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최선호 지방 함량이 다소 낮아졌다. 육색, 지방색, 조직감 등도 더 따지는 추세다. 마블링 점수를 높이려고 소 사육기간을 늘리다 보니 생산농가로서는 평균 사육기간이 22개월인 미국에 비해 무려 9개월이나 긴 31.2개월까지 늘어나 생산비 부담이 커진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1++ 등급의 지방 함량 기준을 기존 17% 이상에서 15.6%로 낮추고, 육색, 지방색, 조직감 요소 평가 비중을 높이는 등의 새 소고기 등급 평가기준을 12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 농림부는 새 기준 시행으로 평균 소 사육기간이 29개월로 단축돼 연간 1,161억원의 생산비가 절감되고, 1++ 등급 한우 고기 비중도 현재 12.2%에서 20.1%로 늘어나 고급 소고기값이 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생산비 절감과 물량 증대에 따라 1++ 한우 고기 가격이 내려갈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적지 않다. 농축산물 유통 구조상 괜히 유통업자 좋은 일만 되고, 정작 소비자들은 등급 인플레이션에 따라 더 비싼 가격에 사 먹어야 하는 소고기만 많아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크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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