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걸음마 못 벗는 한국 핀테크 하>
지난해 글로벌 핀테크 시장 규모는 무려 1,000조원에 달한다. 2013년 290조원이던 것이 5년 만에 4배 가까이 커졌다. 신규 투자 규모도 같은 기간 23조원에서 134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 핀테크’는 어디쯤 와 있을까. 글로벌 컨설팅 기업 KPMG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명단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올해 명단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29위)’와 해외 송금 서비스 업체인 ‘모인(87위)’ 2개뿐이다.
100대 핀테크 기업 중에는 미국 기업이 15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영국(11개), 중국(10개), 인도(8개), 호주(7개) 순이다. 한국과 같은 숫자를 기록한 국가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정도다. 지난해 단 1개 기업뿐이던 일본도 올핸 4개 기업이 진입했다.
특히 한국보다 금융 후진국으로 여기는 중국 기업이 10개나 들어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특히 상위 10대 기업 안에 3개나 포함돼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은 2년 연속 1위에 올랐을 정도다. 그 뒤를 디지털 기술 기업인 징둥디지털과학기술(JD Digitsㆍ3위), 인터넷 금융업체 두샤오만금융(Du Xiaoman Financialㆍ6위)이 이었다. KPMG도 “중국은 여전히 핀테크에서 강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강점으로 ‘핀테크 생태계’가 꼽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중국 핀테크 산업의 동향’ 보고서에서 “중국의 주요 핀테크 기업은 공격적으로 모든 일상 생활을 포괄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앤트파이낸셜은 “기존 금융 서비스를 넘어 교통, 외식, 교통, 게임, 심지어 경조사비 송금까지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핀테크 서비스 사용 범위는 굉장히 넓은 편이다. 컨설팅 기업 어니스트앤영(EY)이 ‘핀테크 서비스 사용률’을 조사한 결과, 중국은 87%였다. 사실상 노년층을 제외한 전국민이 핀테크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인도도 87%를 기록했다. 한국은 올해 67%로 지난 조사(2017년) 32%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아직 중국과 인도에 뒤처져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핀테크 업체들이 단순한 서비스 판매 및 제공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조재박 삼정KPMG 핀테크 담당 전무는 “기존 핀테크 기업들은 소규모로 특정 서비스만 제공했다”며 “그런데 이젠 핀테크 소비자 수의 급속한 증가와 글로벌 진출, 서비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핀테크가 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핀테크 관련 정책을 컨설팅하는 공공정책개발원 강연재 이사장은 “급변하는 모바일 시대에는 금융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이 세계 금융을 지배할 것”이라며 “사업 단위가 아니라 플랫폼 기반 사업 구조로 핀테크 기업들이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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