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비리 고발센터 책임자 “부실 급식 일상적…해결 안 돼 무력”
최근 충북 청주의 한 어린이집 부실 급식 의혹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식단표에는 간식으로 호박죽을 준다고 공지해놓고 소량의 흰죽을 급식하는가 하면 고구마 하나로 원생 20명을 먹이기도 했다. 급식비리를 조사했던 전문가는 “이런 일이 발생해도 해결이 안 돼 무력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비리고발센터장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런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부실 급식 사진이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오면 비난 여론이 들끓다가 잠잠해지고 해당 어린이집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근절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비리고발센터는 지난해 10월 어린이집 비리 근절 실태조사를 했다. 당시 단 하루 만에 228명이 제보했고, 조사 결과 응답자 중 71.9%가 급식 비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의심 정황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원장이 급식비로 자신의 집 제사상에 올릴 문어, 술을 사는 일도 있었다. 이런 횡령으로 급식비가 모자라 두부 100g으로 교사를 포함 123명이 먹고, 1㎏짜리 닭을 34명이 먹는 사례도 있었다.
김 센터장은 “음식의 질이 떨어지고 양도 되게 적은 게 일반적”이라며 “(관리자가) 원재료를 가져간다. 또 유통기한이 임박한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 게 급식비를 효율적으로 쓴다고 얘기를 하니까 일상적으로 썩은 채소들이 기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에는 부실한 급식 실태를 감추려고 거짓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요즘에는 두 버전으로 찍는다. 하나는 적절한 양이고, 실제 운영되는 급식판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주는 급식은 형편 없어도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는 사진은 정상적인 급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터져도 그때뿐이라고 김 센터장은 지적했다. 그는 “운영이 힘들어서 저질 급식을 저질렀다는 핑계가 15년이다. 처벌이 안 되는 과정을 겪다 보니 제대로 운영하는 사람들만 진이 빠지는 형국”이라며 관계 당국에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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