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의혹 거론한 박경 지지 의미로 노래 반복 재생
“기계한테 인간들이 밀려서야 되겠습니까?”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수 박경의 음악을 음원사이트에서 반복 스트리밍(재생)하자고 독려하는 글이 일파만파 퍼졌다.
박경은 최근 자신의 SNS에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 등 일부 가수의 실명을 언급하며 “사재기 좀 하고 싶다”고 적어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게시글은 삭제됐으나 상당수의 누리꾼들은 해당 발언을 지지하고 사재기를 비판하는 의미로 그의 솔로곡 ‘자격지심’을 음원 차트 순위권에 올리는 운동을 시작했다.
논란의 배경에는 지난해 숀, 닐로 등 신인 가수들이 유명 아이돌 그룹을 제치고 장기간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진 ‘음원 사재기’ 의혹이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수백, 수천 개의 아이디로 같은 음악을 반복 재생해 순위 상승을 꾀하는 ‘공장ㆍ기계 스트리밍’이 음원사이트의 순위를 좌지우지한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박경의 발언을 소신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그의 음악을 스트리밍 하자는 검색어가 등장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결국 그의 곡은 26일 오전 8시 기준 벅스 뮤직(7위), 멜론(19위), 지니 뮤직(27위) 등 각종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가요계에선 이 같은 음원 사재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음악산업 단체들은 지난달 공동성명을 내고 음원ㆍ음반 사재기 문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음원 사재기 행위는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라 적발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입증이 까다롭다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숀과 닐로 등의 관련 의혹을 조사한 뒤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개별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없어 행정기관이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박경으로부터 사재기 의혹을 받은 가수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박경의 소속사는 이에 “가요계 전반에 퍼진 루머에 근거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발언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해 당사자들께 불편을 드린 점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해명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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