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25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농성 천막의 철거를 요청했다. 황 대표가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는 곳은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청와대 사랑채 앞이다. 이곳은 국유지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며 관리, 운영은 관광공사에서 맡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오늘 오후 관광공사 측에서 황 대표 측에 천막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행정 행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광공사 고위 관계자도 이 사실을 인정했다. 관광공사 직원과 사랑채 직원 등이 이날 황 대표 측을 방문해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설명하고 철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맞은 한국당 당직자는 “신원을 묻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청와대 직원들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광공사가 청와대 사랑채 인근의 시위나, 농성에 개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나 1야당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천막의 철거를 요청한 것이라 자칫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관광공사의 독단적 판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에 문체부, 관광공사와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관광공사 관계자도 “우리 공사뿐 아니라 문체부 등 다른 기관도 관련된 문제”라며 곤혹스러워 했다.
이날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김도읍 한국당 당 대표 비서실장에게 “분수대 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라며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앞서 황 대표 측은 22일 밤부터 철야 농성 때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3.3㎡(1평) 남짓한 비닐 천막을 설치한 바 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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