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ㆍ침몰 사계절 중 최다]
마라도 인근서 어선 창진호 전복… 14명 중 3명 사망, 1명은 실종
군산선 김 양식장 관리선 뒤집혀… “안전교육 강화ㆍ선단조업 확대를”
겨울 초입 조업중이던 선박들이 잇따라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일주일 사이 19명이 어선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됐다. 강한 바람이나 파도가 높아지는 겨울철은 상대적으로 조업 건수는 적지만 화기 관리 부주의로 인한 화재나 각종 안전사고 위험 노출 가능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25일 제주해양경찰청과 군산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마라도 남서쪽 63㎞ 해상에서 경남 통영선적 어선 창진호(24톤)가 전복됐다. 사고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의 진술에 의하면 이날 오전 6시쯤 조업 중에 커다란 너울성 파도가 선박 측면을 강타해 배가 전복됐고, 선원 14명은 바다에 휩쓸렸다. 구명벌(둥근 형태의 구조용 보트)에 타고 있던 4명과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 해상에 떠 있던 9명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 함정 등에 의해 구조됐다. 하지만 구조된 선원 중 선장 황모(61ㆍ경남 통영)씨 등 3명은 숨졌고, 1명은 실종된 상태다.
또 이날 오전 7시57분쯤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남서쪽 7.4㎞ 해상에서는 소형 김 양식장 관리선(0.5톤)이 뒤집힌 채 발견됐다. 선원 5명이 탄 사고 선박은 전날 오전 5시30분쯤 옥도면 무녀도에서 출항해 같은 날 오후 6시까지 양식장 주변에서 작업하는 게 목격됐지만 이후 연락이 끊겼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선장 신모(49)씨 등 2명이 실종됐다. 러시아 국적 선원 2명만 구조됐다. 해경은 사고 선박이 높은 파도에 의해 전복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는 선원 12명이 탄 대성호(29톤ㆍ통영선적)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해 선박이 전소됐다. 사고 당일 해상에 표류 중인 선원 1명은 해경에 의해 구조됐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판정을 받았다. 나머지 실종된 선원 11명에 대한 수색작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추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은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사고 당시 화재신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선박내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양사고는 최근 5년간 봄철 2,453건, 여름철 2,943건, 가을철 3,321건, 겨울철 2,274건 등 총 1만991건이 발생했다. 수치상으로는 겨울철에 사고가 가장 적지만,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대형 사고는 겨울철에 집중된다. 실제 겨울철 어선 화재ㆍ폭발 사고 비율(26.8%)과 선박침몰 사고 비율(28.3%)이 사계절 중 가장 높았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선박내 난방기 등 화기 사용이 늘어나고, 원거리 조업 과정에서 강한 풍랑과 폭설 등 급격한 기상변화 등으로 인해 사고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제주 주변 해상의 경우 겨울철에 북서풍이 불면서 돌풍 발생 빈도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지만, 타 지역 선박들은 제주바다에 대한 정보 부족 등으로 돌발상황 발생에 대응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고 발생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해상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는 선장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사고 발생시 즉각적인 신고와 사고 대응을 위해 여러 선박이 함께 조업하는 선단조업을 확대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경 관계자는 “겨울철에 해상사고가 발생할 경우 낮은 수온 때문에 인명피해가 커질 수 있어 사고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해상 상황이 수시로 급변하기 때문에 기상정보를 항상 확인하고, 무리한 조업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