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대형(전 KT)은 원소속팀 LG와 우선협상이 불발된 후 어렵게 구단에 말문을 열었다. KIA로의 이적 결심이었다. 당시 이례적으로 LG 구단 고위층은 소속 팀을 떠나는 FA 선수에게 작별의 선물까지 건네며 진심으로 새 출발을 격려해줬다.
그렇게 KIA를 거쳐 KT로 옮겼던 이대형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올 겨울 ‘방출 시장’에 나왔다. 이대형은 전준호(550개ㆍNC 코치)와 이종범(510개ㆍ전 LG 코치)에 이어 KBO리그 통산 도루 역대 3위, 현역 1위(505개)에 올라 있는 ‘대도’다. LG 시절 사상 첫 3년 연속 60도루, 4년 연속 50도루의 폭발적인 페이스를 자랑했다. 2007년부터는 도루왕 4연패를 차지했다. 2015년 KT로 이적한 뒤에도 첫해 44도루를 시작으로 3년 동안 104도루를 더 보탰다. 그러나 2017년 시즌 막바지 왼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의 중상을 당하고 주저앉았다. 긴 재활 끝에 올해 복귀했지만 18경기만 뛰고 시즌을 마쳤다.
그가 없는 사이 ‘슈퍼루키’ 강백호까지 들어오면서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그는 과거처럼 그라운드를 휘저을 수는 없지만 건강한 몸을 회복한 만큼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규홍 사장 부임 이후 심수창 등 출신 선수들의 마지막 예우했던 LG가 다시 한번 나설지도 주목된다.
올 겨울 방출 시장의 규모는 어느 해보다 크다. 롯데만 18명, SK가 14명을 내보냈다. 구단들의 세대교체와 긴축에 칼바람을 맞은 탓이지만 필요로 하는 구단 입장에선 구미가 당기는 카드가 많다. 당장 25일엔 SK가 내야수 나주환을 KIA에 ‘무상 트레이드’했다. 나주환은 2003년 두산에 입단해 2007년 SK로 이적하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활약했다. KIA는 "조건 없는 트레이드를 결정해 준 SK에 감사하다"며 "나주환은 풍부한 경험을 갖춘 데다 유격수와 2루 수비가 가능해 내야 백업 요원으로 활용 폭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했다.
SK는 나주환 외에도 최승준, 배영섭, 박정배 등을 방출 명단에 포함시켰다. 박정배는 2011년 두산에서 한 차례 방출 뒤 SK에 재입단해 야구 인생의 꽃을 피운 경우다. 배영섭은 2년 연속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롯데에서 나온 좌타 외야수 김문호도 기회만 부여 받으면 방망이는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평이다. 투수 중엔 두산 출신 홍상삼, LG에서 1년을 보낸 장원삼이 새 둥지를 찾고 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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