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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펠리사에게 일자리를(GFAJ-1)’ 박테리아(12.2)

입력
2019.12.0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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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모노레이크에서 침전물 박테리아 샘플을 채취하는 펠리사 울프-사이먼. 위키미디어 커먼스.
캘리포니아 모노레이크에서 침전물 박테리아 샘플을 채취하는 펠리사 울프-사이먼. 위키미디어 커먼스.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 팀이 2010년 12월 2일, 독극물 비소(As) 배양액에서 새로운 유형의 박테리아 ‘GFAJ-1’을 배양했다고 발표했다. 미 과학진흥협회 기관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된 그 사실은 단순히 한 종의 새로운 박테리아를 발견한 게 아니라, 조금 과장하자면 지구 생명의 새로운 메커니즘의 발견이자 생명체에 대한 일반 규정 자체를 바꿔야 할 수 있는 혁명적인 발견이었다. 그 전까지 지구 생명체는 탄소와 수소, 질소, 산소, 인, 황의 이른바 ‘생명 필수 6대 원소’를 기반으로 구성되고 존속했다. 외계 우주 생명의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열렸다.

발견자는 애리조나 주립대 박사후과정 연구원 펠리사 울프-사이먼(Felisa L. Wolfe-Simon)이었다. 그는 고염도(90g/l)와 고염기(ph 9.8)의 캘리포니아 모노(Mono)레이크 물밑 침전물에서 2009년 극한 박테리아(extremephile) 한 종을 추출, 비소 배양에 성공했다. 극한 온도와 압력, 산도 등 환경에서 생장ㆍ증식하는 미생물 연구는 환경 등 산업계와 우주생물학계가 주목하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과학적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연구에 연구자금을 댄 기관도 NASA였다.

NASA 발표에 온 과학계가 주목했다. 울프-사이먼의 지도교수 폴 데이비스(Paul Davies)는 이틀 뒤 월스트리트 기고문에서 학부 시절 생물학과 함께 기악(오보에)으로 학사학위를 받고, 민속음악과 철학을 전공한 울프-사이먼의 돌출적인 이력과 도전적인 연구를 소개하며, 박테리아의 이름도 울프-사이먼이 ‘Give Felisa A Job’의 머리글자를 따 지은 것이라는 사실을 공개해 또 한 차례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사이언스’는 검증 결과 GFAJ-1 역시 비소만으론 생존이 불가능하며 배양액에 인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담은 두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울프-사이먼과 NASA 측은 배양액에 인산염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양이 박테리아의 생장에 기여할 만큼 유의미한 양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사이언스’는 울프-사이먼의 기존 논문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울프-사이먼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었다는 소식도 아직은 없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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