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들에게 돈을 주고 제품 사용 후기를 올려줄 것을 요청한 뒤 소비자에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광고주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적발됐다. 공정위가 인터넷 블로그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처럼 모바일 중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상대로 불법 광고를 적발한 것은 처음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방식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품 광고를 한 7개 사업자에 대해 표시 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 2억6,9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소비자에게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들이 광고 사실을 감춘 게시물을 통해 부당하게 구매 결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과 협조해 인스타그램 광고가 많이 이뤄지는 화장품, 소형 가전, 다이어트 보조제 등 3개 분야에서 ‘대가 미표시 후기’ 비중이 높은 7개 사업자를 선정, 2017년 이후 광고를 전수조사했다. 조사 대상 업체는 △엘오케이 △LVMH코스메틱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이상 화장품) △다이슨(소형 가전) △티지알앤 △에이플네이처(이상 다이어트 보조제)다.
조사 대상 기간에 이들 업체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통해 올린 광고성 후기는 총 4,177건, 집행된 광고비는 총 11억5,300만원(대가성 상품 포함)이다. 화장품 분야의 경우 랑콤, 입생로랑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엘오케이가 1,130건의 광고 대가로 1억400만원을 썼고,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3억3,700만원, 3억1,800만원을 지급했다. 인플루언서들은 광고 대상 상품을 추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하면서 사업자 요구대로 해시태그, 사진 등을 포함시켰다.
공정위는 광고 게시물 수, 지급 대가 등을 고려해 엘오케이, LVMH코스메틱스, LG생활건강 등 3개사에는 과징금 5,200만원씩을, 다른 4개사에는 1,300만~4,5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연규석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대가 지급 사실이 표시되지 않은 게시물을 접한 소비자는 이를 상업적 광고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인플루언서가 개인적 의견이나 평가를 제공한 것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부당 광고 행위”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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