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美는 조연으로서 양국 대화 촉구… 중재역은 안 맡는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5일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과 관련해 “(한미일 안보협력에)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미국은 조연(助演)으로서 대화를 촉구하는 역할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미 국무부도 23일 일본 나고야(名古屋) 주요20개국(G20) 외무장관 회의에서 이뤄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의 회담 보도자료를 내고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따른 ‘한미일 3각 협력’을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개선과 관련해 한미일 3국이 북한 등의 위협해 보조를 맞춰 대응하기 위해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배려하겠다는 생각을 시사했다. 그는 한일 간에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수출 규제 강화 조치 등을 둘러싼 현안이 남아 있음을 지적하고 “양국은 향후 기한을 걱정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일 간 역사문제와 무역 문제 해결에 깊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미국)의 개입은 단기적인 해결책이지 장기적이지 않다”고 했다. 미국이 양국 간 역사문제 등이 얽힌 현안에 가세할 경우 오히려 한일갈등 악화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미국은 중재 역할을 맡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 국무부 발표에서도 지소미아 종료를 한미일 간 공조 균열로 해석해 온 기존의 뜻을 재차 피력하면서도 미국 측의 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놓고 한일 정부가 여전히 마찰음을 내고 있지만 미국은 ‘안보협력’에 방점을 찍을 뿐, 더 이상의 깊은 개입에 대해선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소미아 파동으로) 한미일 협력에 상처를 낸 새로운 불씨도 떠올랐다”며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올해 한국이 부담한 금액의 5배 가깝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틸웰 차관보는 4~5배를 요구했다는 견해를 부정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하나의 사안을 다른 사안과 연관 짓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결정과 관계 없이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완고한 자세를 보였다. 신문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사”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자세를 바꾸지 않을 경우 한미 및 미일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