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ㆍACLㆍ잔류팀은 최종전에서 결정…제주는 강등 확정
가을비 억수로 내리던 24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선 췌장암과 싸우고 있는 유상철(48) 감독이 이끄는 인천 선수들과 팬들은 눈물과 콧물을 빗물에 씻어내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세상을 얻은 듯 기뻐했다. 유 감독 부임 후 첫 홈 승리와 함께 K리그1(1부 리그) 잔류 가능성을 조금 더 높이면서다. 후반 들어 터진 두 골을 지켜본 유 감독 얼굴엔 췌장암 4기의 절망과 두려움이 아닌 감격과 희열로 가득했다. 비로소 안방에서 활짝 웃게 된 유 감독은 “희망적인 다음 시즌을 내다볼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팀의 잔류에 대한 의지이자, 삶에 대한 희망이기도 했다.
닷새 전 췌장암 투병 사실을 알린 유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대로 주저앉으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야 알려진 사람이라 이렇게 관심을 받지만, 저와 같은 처지인 분들이 계실 것”이라며 “그런 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보란 듯 완치해서 자리에 있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연민은 단호히 거절했다. 유 감독은 “감독이 아프다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면서 “경기는 경기일 뿐이니 선수로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장에 모인 양팀 선수와 심판, 모든 관중들은 유 감독이 경기장에 들어설 때 기립박수를 전하며 쾌유를 기원했다. 인천 선수들은 유 감독 얘기대로 끝까지 집중력 높은 경기를 펼치며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치며 고전했지만, 후반 교체투입 된 문창진(26)과 케힌데(25ㆍ나이지리아)가 연속 골을 터뜨리며 유 감독 믿음에 보답했다.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엔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가 울려 퍼졌다. 인천 축구의 부활과 함께 유 감독과의 스토리를 1부 리그에서 이어가고자 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인천은 최종라운드에서야 팀의 잔류를 확정할 수 있게 됐다. 같은 날 10위 인천(승점 33)과 잔류 경쟁을 벌이는 11위 경남(승점 32)도 성남에 2-1 승리를 거뒀다. 12위 제주(승점 27)는 수원에 2-4으로 져 창단 후 첫 K리그2(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인천과 경남의 최종라운드 맞대결에서 인천이 이기거나 비기면 10위를 확정하게 돼 K리그1에 남게 되고, 경남이 이기면 경남이 잔류하게 된다. 11위 팀은 오는 30일 K리그2 부산과 안양의 플레이오프 맞대결 승자와 홈 앤드 어웨이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펼쳐 운명을 가린다.
잔류경쟁만큼 치열한 우승경쟁과, 마지막 한 장 남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본선행 티켓 주인공도 모두 최종라운드에서 결정 나게 됐다. 전날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선두 울산과 2위 전북의 맞대결이 1-1 무승부로 끝났다. 울산(승점 79)과 전북(승점 76)의 승점차는 3점으로 울산이 여전히 유리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울산이 포항에 진다는 가정 아래 전북이 강원에 이기고 다득점까지 울산을 넘어선다면 우승 주인공은 바뀐다.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주인도 끝까지 가늠하기 어렵다. 가장 유리하던 서울이 포항에 0-3으로 졌고, 대구가 강원을 4-2로 꺾으면서다. 서울(승점 55)과 대구(승점 54)의 최종라운드 맞대결이 사실상 ACL 진출 결정전인데, 두 팀이 비기고 포항이 울산을 꺾어버리면 주인공은 포항이 된다.
지금까지 이런 시즌은 없었다. ‘이것은 축구인가 드라마인가’를 되묻게 할, 살 떨리는 ‘극한축구’ 결말은 11월 30일 오후 3시(파이널B)와 12월 1일 오후 3시(파이널A) 개봉한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울산=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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