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환경성이 불개미 발견 시 대처 요령을 알리는 포스터. 일본 환경성 홈페이지 캡처.

일본에서 불개미 비상령이 내려졌다. 지난달 도쿄(東京)항 아오미(青海)부두에서 일개미 약 750마리, 여왕개미 약 50마리가 발견되면서다. 남미가 원산인 이 맹독성의 ‘붉은불개미(이하 불개미)’에 사람이 찔릴 경우 과민성 쇼크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개미둥지에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불개미들이 서식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여왕개미는 날개가 있어 1~2㎞를 날아 새로운 둥지를 만들어 번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불개미가 일본에 정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방역에 나섰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부장관은 지난 8일 “(위험의) 단계가 바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불개미는 일본에선 2017년 5월 효고(兵庫)현 고베(神戸)항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 도쿄와 오사카(大阪), 후쿠오카(福岡)현, 아이치(愛知)현 등 1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총 45건이 확인됐다. 이에 환경성은 수입 화물을 하역하는 전국 65개 항구를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개미가 항구 주변 공원이나 상업시설, 주거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간 발견된 장소는 외국 선박의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부두 인근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2017년 10월에는 오사카항에서 내린 화물이 운송돼 교토(京都)의 한 기업 부지에서 발견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장소인 아오미 부두는 내년 도쿄올림픽 수영과 요트 경기장 등과 가깝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크다.

불개미는 길이가 2.5~8㎜ 정도로,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수천~수십만 마리가 집단 서식한다. 공격성을 갖고 있어 독침에 찔릴 경우 심한 통증을 동반하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사망할 수 있다.

미국에선 1939년경 불개미가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잔디밭이나 화단에 둥지를 틀어 서식하면서 사람이나 동물을 찌른다. 또 농작물을 갉아먹거나 도시 지역에선 전선 등을 갉아 정전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미국에선 인명 치료를 포함한 대책 비용으로 연간 11조원가량 이상을 들이고 있다. 일본처럼 섬나라인 뉴질랜드에선 2001년 공항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공항 인근에 포획 트랩을 설치하고, 불개미가 발견된 컨테이너를 상대국에 돌려보내는 등 철저한 초동 대응으로 정착을 막았다. 일본 정부도 뉴질랜드 사례를 거론하면서 적극적인 초동 대응에 나섰다.

그간 일본에서 발견된 불개미는 약 1만2,000마리로 이 중 중국에서 건너온 컨테이너에서 발견된 것이 70%에 이르는 8,000마리로 추산된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지난해 중일 환경장관 회담에서 수출 컨테이너에 대한 방역 작업을 중국 측에 요구했으나, 중국 측은 컨테이너에 화학 물질을 싣는 것은 국내 규정상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본 정부는 23~24일 열린 중일 환경장관 회담에서도 재차 중국 측에 불개미 방역 대책과 정보 공유 강화를 요구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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