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발사 예정인 한국의 첫 달 궤도선에 대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최근 제안한 새로운 경로를 우리나라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달 탐사 사업 주무 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달탐사사업단 관계자들은 지난 19~21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NASA 존슨우주센터에서 NASA 측과 우리나라 달 궤도선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23일 귀국했다. 이번 협의에 따라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은 NASA가 제안한 경로(궤적)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당초 내년 12월로 예정됐던 달 궤도선 발사 일정을 19개월 뒤인 2022년 7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탑재체와 연료탱크 등을 포함한 달 궤도선의 총 중량이 당초 예상(550㎏)보다 128㎏ 늘어난 678㎏으로 변경돼서다. 이를 반영해 과기정통부는 달 궤도선의 목표 중량을 678㎏로 조정하고 발사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또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당초 원 모양이던 궤도를 타원과 원 궤도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중량이 늘어난 만큼 연료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달 궤도선은 달 표면까지 내려가는 달 착륙선과 달리 달 주변의 일정한 경로(궤도)를 돌며 임무를 수행한다. 발사 연기 전에는 달 궤도선 운용 궤도가 1년 동안 달 표면에서 100㎞ 떨어진 상공을 도는 원형으로 설정돼 있었다. 그런데 달은 중력장이 균일하지 않아서 일정한 고도의 원형 궤도를 유지하는 데 연료가 많이 소모된다. 이에 항우연은 상대적으로 연료가 적게 드는 타원궤도(장축 부분은 달 표면에서 300㎞ 고도, 단축은 100㎞)를 9개월 돌고, 나머지 3개월간은 기존 원형궤도를 도는 식으로 달 궤도선을 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달 궤도선 탑재체를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NASA 측이 궤도 변경 대신 달 궤도선의 궤적을 수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궤적은 궤도선이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경로를 말한다. 우리 달 궤도선에는 NASA의 탑재체가 실릴 예정이다. 이 탑재체가 확보할 달 극지 환경 데이터는 NASA가 현재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꼭 필요하다.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2024년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키고 2028년 달 남극에 유인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NASA는 우리 달 궤도선이 궤도를 타원형으로 바꾸면 아르테미스 계획에 필수인 달 극지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원형 궤도를 유지하면서도 연료 소모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궤적 변경을 제안한 것이다.
당초 우리 달 궤도선은 발사 후 지구 주변을 긴 타원 모양으로 3회 반 공전한 다음, 달 궤도로 진입하는(위상전이) 궤적을 택했다. 지구에서 달로 바로 가는(직접전이, 5일 소요) 궤적보다 더 오래 걸리지만, 그동안 주요 부품의 정상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는 시간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과 인도가 달 탐사 때 위상전이 궤적을 택했다.
NASA는 이와 달리 지구와 달 사이 거리(약 38만㎞)보다 훨씬 먼 거리(80만~120만㎞)까지 갔다가 달 궤도로 진입하는(WSB전이) 궤적을 지난달 우리 측에 제안했다. 멀리 돌아가는 이 궤적은 달에 도달하는 데 80일 이상이 걸리긴 하지만, 지구와 달, 태양 중력장의 약한 변동을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WSB전이 궤적은 궤도선을 매우 먼 거리에서 운용해야 하는 만큼 통신 보강이 필수다. 우주 환경에선 거리가 2배 멀어지면 통신 가능한 정보량이 4배 감소한다. 달 탐사가 처음인 우리나라로선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번 존슨우주센터 협의에 참석한 항우연 관계자에 따르면 NASA 측은 우리 달 궤도선이 WSB전이 궤적을 채택할 경우 안테나를 비롯한 통신 기술 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또 달에서의 운용 궤도를 타원형으로 선택할 경우에도 기존 우려와 달리 새로운 극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쪽으로 입장 변화를 보였다. WSB전이 궤적으로 달에 가면서 달에서는 타원형과 원형 궤도를 병용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는 얘기다.
항우연은 이번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달 예정된 설계검토회의에서 궤적과 궤도 변경의 기술적 가능성과 궤도선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이후 과기정통부와 논의해 달 궤도선의 궤적과 궤도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항우연 측은 최근 일각에서 NASA의 반대로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사업단과 NASA는 달 탐사 성공을 위해 최선의 기술적 협력 방안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