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후보 1,100여명, 선거법 위반 신고는 4,800여건… 신경전 가열
홍콩 구의원 선거가 24일 열린다. 홍콩을 뒤흔든 시위가 지난 6월 시작된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민심의 향방을 정확히 가늠할 기회다. 민주진영은 ‘투표율 64%’를 목표로 내걸고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를 독려했고, 구의회를 장악한 친중 세력은 우위를 지키려 총력전을 폈다.
선거를 하루 앞둔 23일, 인파가 몰리거나 차량 통행이 많은 곳에서는 마지막 유세에 나선 후보나 지지자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홍콩에서 유동인구가 제일 많은 최대 번화가이자 시위대와 경찰이 수시로 격렬하게 맞붙었던 몽콕 이스트 지역구에서는 현역의원이자 친중 정당인 홍콩경제민생연맹(經民聯) 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10여명의 중년 여성들이 주말의 붐비는 대로변을 몰려다니며 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경찰 진압의 상징이자 시위대 체포로 악명이 높은 몽콕 경찰서 근처 횡단보도 앞 에서 선거 홍보물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난 21일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오후4시쯤이 되자 운동원들이 길가에 내걸린 후보의 플래카드를 모두 걷어가던 곳이었다. 시위대가 한밤에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만큼 더 이상 거칠 것이 없는 듯했다.
몽콕 이스트와 지하철역을 사이에 두고 1㎞ 가량 떨어진 타이난 지역구에서는 민주파 소속 후보가 교차로에서 마이크를 들고 오가는 차량과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을 향해 목이 쉬어라 쉴 새 없이 외치고 있었다. 사회운동가인 이 후보는 ‘당신과 함께 걸어가며 앞으로 나아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권자들의 마음속을 파고 들었다. 특히 민주진영 후보들은 대부분 지역구에서 도전자인 만큼 얼굴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거리를 누볐다. 타이콕추이 노스에 출마한 홍콩 이공대 집행위원회 학생 대표 오완리(李傲然) 후보는 투표 당일까지 50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선거운동을 계속하기로 선언하는 등 민주진영 후보들은 저마다 승부수를 던지며 막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선관위는 선거운동기간 4,800건이 넘는 선거법 위반 신고가 접수됐다고 23일 밝혔다. 전체 출마후보가 1,1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후보 한 명당 4건이 넘는 수치다. 선거가 얼마나 과열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취엔완에서는 친중 정당 선거운동원들이 경쟁자인 민주파 소속 후보의 현수막을 제멋대로 철거하려다 적발돼 경찰이 출동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도 가열됐다.
민주진영은 이번 선거 투표율 목표를 64%로 잡았다. 2011년 42%, 2015년 47%와 비교하면 20% 가량 올려 잡은 수치다. 선거에 앞서 등록한 유권자는 413만 명으로, 4년 전 369만 명보다 크게 늘었다. 젊은 유권자들이 앞다퉈 나선 덕이다. 홍콩 선거는 18세 이상 유권자가 사전에 등록하면 투표 자격이 주어진다.
이제 관건은 이들이 실제 투표소로 향할 지에 달렸다. 2015년 선거에서 총 452석 가운데 친중파 327석, 민주진영 118석을 차지해 18개 지역 모두 친중파가 싹쓸이했다. 과반을 차지한 진영은 홍콩 정부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117명을 추천할 수 있다. 앞서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승리한 이후 2016년 12월 행정장관 선출 때 117명 선거인단을 친중파 진영이 독식했다. 당시 선거인단은 친중파 726명, 범민주파 325명이었다. 이에 민주진영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투표 다음날인 25일 저녁 8시30분에 쿤퉁에서 지난 6개월간 민주화 투쟁의 기록을 담은 영화를 상영하며 시민들의 결집을 호소할 예정이다.
한편, 아직 최후의 시위대 수십 명이 캠퍼스에 남아있는 홍콩 이공대에서는 무력진압도 학생들의 탈출도 없는 경찰의 삼엄한 포위작전이 지속됐다. 다만 시위대가 이공대를 점거하면서 열흘째 통행이 중단된 크로스하버 터널은 내주에 운행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찰이 밝혔다. 23일 현장에서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복구에 나선 공사차량과 인부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홍콩=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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