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철도교통관제센터에서 열린 철도공사 노조 파업 비상수송 현장점검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인력충원과 고속철도 통합 등을 요구하며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시작한 총파업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코레일 사측과 노조, 정부가 타협점 없는 ‘강 대 강’ 대치를 벌이고 있다. 특히 철도 주무부처 수장이자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강경 대응이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행보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현미 장관은 파업 이틀째인 21일 오전 서울 구로 철도교통관제센터를 찾아 “추가 수익이나 비용 절감 없이 일시에 4,000여명 인력을 증원하는 건, 코레일 재무여건 악화와 운임 인상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노조는 파업을 멈추고 즉시 직무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도 “(노사가) 재원대책, 자구노력이 뒷받침된 단일안을 가져오면 정부가 검토할텐데, 사전조율도 없이 파업이 이뤄졌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국토부의 자기모순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노조는 “철도 안전을 위해 4조2교대 도입이 필수적이며, 이는 지난해 노사가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6월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과 철도노조는 이 같은 내용의 ‘교대근무 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합의서’에 합의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무조건적 (노사) 합의가 능사는 아니다”라고 맞받아 쳤지만, 지난해 노사 합의 당시에도 김 장관이 재직 중이었음을 감안하면 ‘관리감독 기관에서 벌어진 일을 이제 와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코레일 같은 공기업의 인력과 예산 문제는 정부와의 사전 교감이 필수적”이라며 “지난해 합의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 보니, 국토부는 신경을 덜 쓰고 코레일도 성급하게 합의서를 작성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이틀째인 21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고속철도차량기지에 KTX가 정차해 있다. 홍인기 기자

김 장관의 잇단 강경 행보를 두고, 그간 ‘친노동’을 표방해 온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살리기 우선 정책’으로의 선회를 은연 중에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노사 관계와 노동 비용 문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정적인 역할을 더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상황이 됐고, 이번 주52시간제 적용 유예나 철도파업 대처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총선 차출설, 차기 총리설 등 다양한 관심을 받고 있는 김 장관이 그간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이번 파업에 대한 원칙 대처로 중화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강공모드’가 이어지자 철도노조는 파업 사흘째인 22일에 빠른 시일 안에 김 장관과의 면담을 원한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측은 김 장관이 그간 진행된 코레일과 철도노조 간의 노사교섭, 정부와의 협의 과정을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인력증원과 관련된 노사합의가 이미 1년 5개월 전에 이뤄졌고 국토부에도 보고됐으며 코레일이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한 보고서도 있어 근거자료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철도노조의 파업 참가율은 30.1%로 전날(28.9%)보다 소폭 늘었다. 열차 운행률은 전날과 비슷한 78.0%(평시대비)로 집계됐다. 다만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학들에서 논술, 면접, 실기시험 등이 잇따라 치러지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열차를 이용하는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열차 지연 시 무료 환승 등 특별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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