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서 관련 법안 통과… 스마트폰ㆍ컴퓨터ㆍ스마트TV 등이 적용 대상
“기술발전ㆍ선택권 제공” vs “외국 기업 철수ㆍ사용자 감시” 찬반 팽팽
지난 5월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의 한 공원에서 열린 ‘성당 건립 반대 시위’ 도중 참가자들이 휴대폰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가 내년 7월부터 러시아산 소프트웨어를 사전 설치(pre-installed)하지 않은 휴대폰 등 일부 전자제품의 자국 시장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이 의회에서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의 기술 발전 촉진을 위해서라지만, 한편에서는 사용자 감시 가능성 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이날 일부 전자 장비에 대해 자국산 소프트웨어 사전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스마트TV 등에 적용되는 이 법안은 2020년 7월부터 법률로서 효력을 발휘한다. 구체적인 적용 대상 제품, 사전 설치해야 하는 러시아산 소프트웨어 등의 목록은 향후 러시아 정부가 결정할 예정이다.

물론 이 법안이 ‘외국의 일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외국산 장비’의 러시아 내 판매 금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BBC는 전했다. 다만 ‘러시아산 대체 소프트웨어’도 반드시 사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은 “러시아의 기술 발전을 장려하고, 러시아인이 해당 제품을 더 쉽게 사용하도록 도움을 주는 걸 목표로 한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법안 공동 제안자인 올레그 니콜라예프는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복잡한 전자제품에는 이미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돼 있는데, 대부분 서방의 것들”이라며 “사람들은 당연히 ‘국내에는 대체용 앱이 없다’고 여길 텐데, 러시아산 앱도 제공하면 러시아인은 선택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당장 러시아에서 제조ㆍ유통업체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가전ㆍ컴퓨터 장비 제조 및 거래기업협회(RATEK)는 “일부 장치에는 러시아산 소프트웨어 설치가 불가능할 것이며, 따라서 이와 관련한 국제 기업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러시아산 소프트웨어가 사용자를 감시ㆍ통제하는 도구로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년간 러시아는 검색 엔진이 일부 검색 결과를 삭제토록 하는 등 매우 엄격한 내용의 인터넷 법률을 마련, 온라인 통제 강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달 초에도 국제 인터넷망과는 다른 별도의 ‘독자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법안이 발효됐다. BBC는 “크렘린은 사이버 보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정부가 (온라인 통제가 극심한) 중국과 유사한 인터넷 방화벽을 만들려고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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