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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스톡데일 패러독스

입력
2019.11.25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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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전 세계가 저성장의 기조에 들어섰다.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고, 빈부 격차가 심화되며, 수출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역대 최저로 추락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악재는 모두 나왔으므로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다고 한다. 이런 낙관주의는 언제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낙관주의자들은 인생을 즐기며 재미있게 산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밝은 성격의 소유자들로서 우울할 때 같이 있으면 즐거운 친구가 된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낙관주의를 옹호한다고 해도, 사업 거래를 하거나 투자를 하는 등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낙관주의는 매우 위험하다.

희망과 기대라는 ‘낙관적인 감정’ 자체는 당신에게 아무런 피해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실제로 이런 긍정적인 자세가 없으면, 위험을 무릅쓰며 모험을 감행하는 경제 활동을 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낙관주의는 치명적인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 아마추어들은 돈을 베팅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도 낙관적인 생각으로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낙관주의자들은 어두운 계곡을 내려갈 때조차도 용감하게 웃음을 머금으며 “사태가 눈에 보이는 것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콧노래를 부른다. 세상에는 이처럼 보상받지 못할 사랑을 테마로 수많은 곡이 만들어졌다. 그것은 분명 멋지고 감상적인 주제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이런 사고 방식을 사업이나 투자의 영역에 그대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사람들이 잘못된 결정을 한 경우 또는 힘든 처지에 빠진 경우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은 두뇌의 고통을 완화해 준다. 희망을 갖게 하고 다시 결의를 불태우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인생을 살면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인생은 낙관 없이 살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낙관적 생각은 오히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를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라 한다. 베트남전 때 하노이 포로수용소에서 10년 가까이 세월을 보내고도 살아남은 스톡데일 장군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번 부활절에는 풀려날 거야, 추수감사절에는 풀려날 거야, 크리스마스 때는 풀려날 거야”라며 근거 없는 희망에 기댔던 ‘낙관론자’들과, “풀려나긴 글렀어. 여기서 죽을 거야”라고 아예 포기한 ‘비관론자’들은 견디지 못했다.

반면 쉽게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현실에 대처하면서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겠다며 의지를 다진 ‘현실주의자’들이 기나긴 포로수용소 생활을 이겨냈다. 낙관은 기대만을 키우지만, 비관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테크닉을 키운다. 낙관주의자보다 긍정적 현실주의자 또는 건강한 비관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현실을 직시하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 경제적 문제에 처해 있을 때 낙관주의는 매우 위험하다.

살다보면 상황이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 “더 나빠지지 않겠지”하면서 스스로를 달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황이 갑자기 나빠지게 되면, 대부분 그게 끝이 아니다. 급격한 상황 변화는 관성의 법칙을 따르게 마련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 수 있는데, 불행히도 하루 종일 비가 올 때가 있다. 갑자기 시련과 역경이 들이닥칠 때는 한 번에 오지 않는다. 여러 번에 걸쳐 온다. 바닥이 전부가 아니다. 그 밑에는 지하실이 있고, 그 아래는 구렁텅이가 있다.

항상 더 나빠질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낙관 대신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최악의 상황을 직시하는 긍정적 현실주의자가 되라. 자신감이란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최악에 대처하는 기술을 터득하는 데서 생겨난다.

윤경 더리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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