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인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름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져서, ‘청년’ 정치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정치인이 지닌 다양한 의제가 국회와 우리의 삶 안에서 생동하면 좋겠다. 국회의사당 야간 조명을 배경으로 ‘젊은 정치’의 전제조건을 종이에 적은 작은 사진들을 모자이크 합성한 사진. 홍인기 기자

‘청년’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나 집담회에 가면, 두 가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나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몇몇 ‘청년’ 필자나 연구자를 배정한 분위기다. 이런 곳에 가면, “오늘 20대, 30대 젊은 친구들이 많이 왔다.”고 너스레를 떨거나,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 응원의 박수를 요청하기도 한다. 청년에게 많이 배우고 듣겠다고 말하면서도, 태도는 아량을 베풀어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 듯하다. 그래서 지나친 배려가 불편하다. 발언과 태도 속에 보이지 않는 위계가 숨어 있고, 청년을 아마추어로 대하는 태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분위기에서는 사회적 의제로서 ‘청년’을 마주한다.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준비한다. 배치와 순서까지 청년을 타자화하지 않고, 동등한 주체로 대화의 장에 초대한다. 청년을 중심으로 발화된 불평등, 계급, 노동, 주거 등의 문제를 동시대가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간주하고, 그 부분에 대해 보다 많이 고민한 사람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럴 때는 발화자가 청년인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한 사안이 되지 않는다.

김선기 씨는 저서 ‘청년팔이 사회’에서 청년을 쉽게 소비하고, 또 ‘청년 세대’를 모든 사안의 원인처럼 대하는 방식에 대해 비판한다. 온갖 사회문제가 ‘청년세대’라는 기호 안에 동원되고, 사회문제가 손쉽게 세대 문제로 환원된다. 그래서 ‘청년’은 일상적 실천과 달리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혹은 언론 선언용으로 과잉되기도 한다. ‘청년’은 그 자체로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특정 방식으로 ‘청년’을 다룸으로써 정작 청년들의 목소리를 삭제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선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확장성을 지닌 존재도 청년이다. 그동안 표출되지 못한 사회적 의제가 ‘청년’을 통해 발화되고 나오기 때문이다. 교육, 주거, 환경, 소수자, 여성 등의 이슈가 그렇다. 지난 20여 년 동안 ‘청년’ 담론이 변화해온 만큼이나 청년들의 정치의식도 변해왔다. 한국의 청년들은 대통령을 탄핵한 경험이 있고, 사회적 의제를 발굴하고 지역 활동과 정치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본 경험도 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활동을 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 현장 경험, 실천성,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들이 이제는 정치인으로서 삶을 준비하려고 한다. 많이 알려진 장혜영(정의당), 고은영(녹색당) 외에도 정치인으로 출사표를 준비 중인 청년이 있다.

매번 선거 방송을 볼 때마다 이런 상상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또래 정치인이 저기에 나오는 때가 있을까. 보다 먼 미래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은 없다”라는 마음이 청년을 정치의 자리로 이끄는 동력이 된 듯하다. 사안에 있어서 중요성을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도 결국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양당 정치 구도에서 담아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청년 정치인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이름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져서, ‘청년’ 정치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정치인이 지닌 다양한 의제가 국회와 우리의 삶 안에서 생동하면 좋겠다. 그래서 어쩌다 한두 명 나오는 청년 정치인을 두고 영입에 성공했네, 실패했네를 따지는 일이 사라지면 좋겠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대표성 여부를 따지는 불필요한 논쟁도 사라지면 좋겠다. 청년 정치인이 꼭 청년 의제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청년’에게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만드는 일은 연령을 뛰어넘어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양한 주체들이 정당과 의회에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늙은 정치인 대 젊은 보좌관의 시대는 끝났다. 그러니 이들을 굳이 ‘청년’ 정치인의 자리로 정치적 영역을 제한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당의 이익보다 함께 살아가는 정치의 자리를 만드는 사람이 되기를, 동료 시민으로서 진심을 다해 응원한다.

천주희 문화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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