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22일 서거 4주기를 맞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한국 정치가 직면해 있는 엄중한 현실 탓에 대통령님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인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김영삼 대통령님은 한국 정치의 거목이자 민주주의의 큰 산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대통령님의 일생은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과 투쟁의 고단한 여정이었다”며 “역경과 시련을 이겨낸 위대한 역사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늘 깊이 고뇌하고 무겁고도 과감한 결단력으로 행동하신 분”이라며 “1983년 5월18일 대통령님은 다섯 개의 민주화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단식에 들어갔다”고 했다.
또 “(이는) 억압받던 이들의 자유를 향한 열망과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담아 목숨을 건 23일간의 단식이었다”며 “민주화 세력이 단결하고 민주화 투쟁의 공동 전선을 이루는 데 기폭제였다”고 힘 줘 말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을 시작한 상황을 의식한 듯, 당시 신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의 원조 단식 투쟁의 의미와 무게를 되새긴 것이다.
문 의장은 또 김 전 대통령이 1993년 9월 국회 국정연설에서 정치개혁, 지도자의 자기 희생 등을 강조한 점을 언급하며 “그날의 연설은 2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 국회에 대입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말씀”이라며 “그래서 지금의 정치 상황이 더욱 부끄럽다”고 자성했다. 이어 “여의도 의사당을 ‘그 어려웠던 시대에도 민주주의의 불씨를 간직하고 전파하는 본산'이라던 대통령님의 말씀을 깊이 새기겠다”고 강조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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